[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올 한해 제약산업은, ‘웃음’으로 산듯하게 시작했지만 얼마 못가 ‘우울’이 찾아왔고, 끝내 ‘참담’으로 막을 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1분기 대형 품목들의 잇단 특허만료로 제약시장은 활기를 찾았다. 그러나 3분기에 발표된 ‘새 약가인하’ 발표로 날벼락이 떨어지며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여기에 4분기에 통과된 한-미FTA(자유무역협정)비준안 처리까지 업계의 주름은 더 늘어갔다.
◇ 3천억 규모 대형품목 잇단 특허만료, 그러나…
올해 제약산업의 시작은 산듯했다. 잇따른 대형 품목들의 특허만료로 국내 복제의약품(제네릭) 시장이 활기를 찾았다. 주요 제약사들은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었다.
3월에 가스모틴(위장관치료제), 아타간(항고혈압제), 자이프렉사(정신분열병치료제), 4월에는 아프로벨(고혈압치료제) 등의 대형 오리지널 제품들의 특허가 잇달아 만료됐다.
이들 제품들의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국내 복제의약품 시장 확대를 가져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뿐, 정부의 제네릭 허가 규제가 나오면서 오히려 다국적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제품들이 강세를 보였다. 실제로 1~2분기 매출 대비 10대 다국적제약사들의 원외처방 조제액 매출은 국내제약사들 보다 더 높았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리베이트 쌍벌제' 역시 국내제약사들 영업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쌍벌제 실시 이후 병원에서 제약사 영업사원 대접하는 게 달라졌다”며 “심지어 어떤 병원에서는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 금지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 8·12 새 약가인하정책 발표..유한양행·한미약품 ‘주춤’
그러던 와중에 지난 8월12일 제약업계에 핵폭탄급 악재가 터졌다. 정부가 내년부터 연간 2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약가 인하를 단행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그동안 ‘계단식 약가방식’을 폐지하고, 현재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은 약가의 80%, 퍼스트제네릭은 68%까지 인정해 주던 상한가를 앞으로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구분 없이 모두 53.5%로 낮출 계획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복지부의 ‘새 약가인하’ 발표 이후 주요제약사들의 분기별 매출 동요(하락세)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본격적인 약가인하는 내년 4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업계 매출 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동아제약(000640)은 2분기 2245억원에서 약가인하가 발표된 3분기 2419억원으로 매출이 174억원이 늘었다.
지난 여름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박카스가 하반기부터 슈퍼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매출 증가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녹십자(006280) 역시 약가인하가 발표된 3분기에 오히려 2분기 매출보다 더 늘었다. 2분기 1854억원에서 3분기 2339억원으로 485억원이 증가했다.
녹십자가 300억원 규모의 남미 계절 독감 백신 입찰을 진행하고, 특히 국내 제약산업 최초로 태국과 대규모 플랜트 수출계약을 체결한 시기였다.
유한양행은 2분기 1709억원에서 3분기 1647억원으로 줄었고, 한미약품 역시 1317억원에서 1252억원을 기록했다.
김현욱 IBK 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약가제도가 비록 내년에 본격 적용되지만, 약가인하라는 리스크가 어느 정도 시장에서 작용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매출 하락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 한미FTA 비준안 통과..주름 더 깊어져
‘핵폭탄’ 약가 인하 정책에 이어 제약사들이 우려하는 대형사건이 또 터졌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된 것이다.
비준안이 내년 초 발효될 경우 국내 제약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국내 제약산업에 연평균 최대 1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허가-특허 연계제도'다. 제네릭 의약품 허가 신청 시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권자에게 통보한 뒤 통보받은 특허권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특허쟁송이 해결될 때까지 허가를 금지하는 제도다.
물론 이 제도는 한미FTA 추가 협상으로 이행 의무 유예기간이 3년 연장돼 오는 2015년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이 제도가 2015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시행되면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의약품 시장진입이 평균 9개월 정도 지연돼 연간 686억~1197억원의 생산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욱 연구원은 “내년 제약산업의 최대 화두는 새 약가제도 시행에 따른 일괄약가인하”라며 “새해 국내 제약업계는 실적감소와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품목조정과 R&D 감소 등 전 분야에 걸쳐 악재들이 밀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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