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 지난해 4월부터 롯데카드를 정지시켜온 A씨는 카드를 해지시키고자 롯데카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A씨가 카드해지를 요청하자 센터 직원은 "해지하면 포인트가 소멸되고 추후에 카드를 다시 신청할 때 신용조회를 해야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에도 안 좋다"며 정지 상태로 둘 것을 제안했다. A씨는 괜찮다며 해지를 요구하자 "현재 연회비가 5000원인데 결제 금액이 얼마든 상관없이 5000원을 할인해주겠다"고 말했다. B씨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연회비에 해당하는 5000원 할인에 더해 10만원 결제 시 포인트 5000점을 드리겠다"며 카드사용을 권했다.
# 신한카드 사용실적이 최근 3개월간 없었던 B씨는 신한카드사로 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아파트관리비를 신한카드로 이체시킬 경우 3개월간 실적한도 조건 없이 매달 1000원의 할인혜택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시중에도 아파트관리비 할인혜택을 주는 신용카드가 많지만 일정 실적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건 없이 3개월간 할인된다는 말에 A씨는 아파트관리비를 신한카드로 결제키로 했다.
휴면 신용카드를 정리하자는 금융당국과 달리 카드사들은 실적이 없는 카드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오히려 사용을 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면 신용카드를 두고 당국과 카드사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무실적 카드를 말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발표한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따라 1년 이상 실적이 없는 휴면카드를 지난 1일부터 오는 3월 말까지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카드 한 장당 평균 3만6000원의 발급비용이 낭비라는 지적과, 분실·도난 등 카드사고 위험, 국제브랜드사에 지급하는 불필요한 수수료 등이 휴면카드를 없애려는 이유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의지와는 반대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잠자는 카드를 깨우고 있는 실정이다.
몇 개월 간 실적이 없는 카드에 혜택을 제공하는가 하면 해지를 요청해도 사실상 연회비를 면제해준다며 사용을 이어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입장에서는 회원을 신규모집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 번 가입한 고객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서영경 YMCA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 "카드사들은 신규 고객을 모집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카드를 해지하는 고객을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고 한다"며 "일단 회원을 유지하고 있으면 이벤트 등 마케팅이 용이해 카드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카드이용을 권할 수도 있어 해지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가 해지를 막으며 제공하는 혜택이 소비자에겐 이득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카드 고객인 이모씨는 "어찌됐든 카드사들이 하는 마케팅에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들에게 당장의 혜택이 돌아간다해도 장기적으로 볼 때 손해도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 팀장은 "실적이 없는 카드나 해지를 원하는 카드에 혜택을 제공해 일시적으로 이용하도록해도 나중에는 관리가 소홀해져 분실, 도난의 위험이 잇따를 수 있다"며 "뿐만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카드가 많으면 신용등급이나 신용정보 보호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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