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온라인 게임을 제한하는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청소년의 하루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여기에 교육과학기술부도 연령별로 온라인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연령별 셧다운제'를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첨단 IT산업이며 차세대 문화 콘텐츠 산업, 수출 산업인 게임이 정부 부처의 '동네북' 규제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데는 국민들이 갖고 있는 게임에 대한 좋지않은 이미지 탓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 게임업계가 자초한 문제는 없는지 원인과 개선 대책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1993년 미국에서 격투게임 ‘모탈컴뱃’이 출시되자, 기성세대는 충격을 받았다.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과 척추를 뽑거나 심장을 꺼내는 잔인한 연출 때문이다.
'모탈컴뱃'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는 게임의 폭력성이 큰 이슈가 됐었다.
게임에 대한 사전 검열·게임 광고 제한 등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의회에서 게임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을 때, 게임업계 관계자로는 미국 비디오 게임산업의 양대 산맥이었던 닌텐도 아메리카와 세가 아메리카의 부사장들이 각각 참석했다.
그들은 게임사 내부적으로 연령별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부모들이 자녀들이 이용하는 게임 등급을 확인하는 방법들을 설명했다.
청문회 이후 미국에서는 게임에 대한 규제가 생기는 대신 게임 등급 위원회가 설립됐다.
공식적인 등급 위원회가 생기면서 게임 개발자들은 더 많은 창작의 자유를 가지게 됐고 부모들도 불안감을 덜게 돼, 미국 게임문화는 더 성숙해졌다.
이같이 해외에서는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사회적 이슈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초고속 인터넷이 퍼지면서 온라인 게임은 한국 청소년들의 대표 놀이 문화가 됐다.
반면 새로운 기술에 느리게 적응하는 부모·교사들은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문화를 통제하지 못했다.
또 약물·흡연·가출 등 기존 청소년 탈선 문화가 온라인 게임에 흡수되고 게임 과몰입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온라인 게임은 10여년 전부터 부모·교사들로부터 청소년 문제의 원인으로 공격받았다.
초반 게임사들은 이 같은 비난에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여성가족부 등의 게임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학부모 알림 서비스’, ‘게임 피로도 시스템’, ‘자율적 셧다운제’등 대응책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게임사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이런 대응책들은 큰 효과가 없었다.
게임사들은 ‘알림 서비스’ 등을 홍보하지 않아 정작 학부모들에게 이런 서비스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피로도 시스템’은 일부 게임에만 적용됐고, 이용자 계정 대신 캐릭터별로 피로도를 적용하거나 이용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벌칙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게임 과몰입 예방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율적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가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작하면 ‘자율적 셧다운제’에 들인 시간과 비용이 물거품이 된다”는 이유로 게임사들은 시행조차 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게임사들의 소극적인 자세는 게임 규제에 대한 충분한 명분을 줬다.
게임산업협회에서도 게임사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나타난다.
게임산업협회는 게임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공통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은 주력 게임 종류, 주요 이용자, 이슈에 대한 입장 등이 각기 달라 게임협회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통일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협화음은 게임협회의 외부 영향력까지 약하게 만들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사회적 유력 인사가 게임협회장직을 맡아야, 협회 업무가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했을 경우와 중소기업체 사장이 했을 경우는 파급력이 다르다”며 “영향력 있는 분이 게임협회 회장직을 맡으면, 게임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외부에 알리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김정주 넥슨 창업주, 김택진 엔씨 대표 같은 인물들이 게임협회 회장직으로 나서주길 바라지만, 당사자들은 대외 활동을 삼가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온라인 게임의 사회적인 이슈에 대응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게임업계 스스로가 온라인 게임을 문화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어기준 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마트에서 시식 코너를 운영하듯 게임사들이 게임 문화를 만들어 갔어야 했는데, 게임사들은 지도와 교육의 책임은 부모와 정부에게만 있다고 잘못 생각했다"며 “온라인 게임사업은 새로운 문화사업이지만, 게임사들은 게임 서비스만 열심히 하고 온라인 게임이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문화적인 교육을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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