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우리나라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이 1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TV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디지털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평가된 일본의 경우 자국의 TV업계가 내수시장 진작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 때문에 국내 TV업계의 전략에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日 내수판매↑.."차세대 투자기회 놓쳐" 반론도
일본은 지난 2008년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을 결정한 뒤 대대적인 정책 홍보는 물론, 디지털TV 구매에 필요한 쿠폰제 도입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GfK재팬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부터 17일까지 디지털TV 약 2천만대 가까이 팔리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배 증가했다.
지난해 7월 기준 일본 내 텔레비전 수상기는 약 1억2천만대로 조사됐으며, 이 중 디지털은 8000만대, 아날로그는 4000만대로 추정된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에 밀리고, 저가TV에서 하이얼 등 중국업체에 치여 고전하던 일본TV업계는 지난 3년여 동안 자국 내 디지털전환에 따른 내수 호황에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글로벌TV업계는 이 때부터 일본TV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처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LG전자(066570)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던 일본TV업계가 내수 진작으로 눈을 돌리면서 차세대 제품에 대한 투자 시기를 놓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TV업계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내수 시장에서 호황을 누리다가 유통업체 위주의 반값TV나 저가TV까지 손을 뻗치다 급기야 지난해 TV부문을 포함한 실적에서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LG전자 "디지털전환, 신경 안쓴다"..저가TV, 출시예정
2013년 1월1일 시작하는 우리나라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을 바라보는 국내 TV업계의 시선은 겉으로는 비교적 담담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우선 국내 시장 점유율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10%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국내 TV업계가 디지털전환을 이유로 일본 TV업계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TV업계는 일본TV업계가 내수 진작이라는 달콤함에 빠져 새로운 투자에 소홀히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TV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각각 선보일 때도 소니나 파나소닉 등 일본업체들은 시제품조차 내놓지 못했다.
또 일본TV업계가 유통 중심의 저가TV에 공급선을 대면서 프리미엄 시장의 강점까지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TV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디지털전환 특수를 잡기 위해 저가TV 등을 다양하게 내놓는다면 프리미엄 시장과의 충돌은 물론, 수익률이 급감했던 일본TV업계의 몰락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TV 전략이 우선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저마다 디지털전환을 겨냥한 저가TV 출시 이후 출구전략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가TV는 가뜩이나 어려운 TV 수익률 보전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세계 TV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마저 지난해 TV부문 이익률이 약 2%를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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