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진통 끝에 옥동자를 낳았다."
10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협상 결과에 대한 총평이다.
한명숙-이정희 대표가 내놓은 협상결과는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전국 단위에서 연대를 일궈냈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사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양보-타협-경쟁 적절히 혼합한 '지역별 맞춤형 단일화'
자체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용퇴라는 양보를, 열세지역에서는 경쟁력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최대한 경쟁하되, 적절하게 양보카드를 섞었다.
이번 협상 결과를 보면 각 지역별 '맞춤형 단일화 방안'으로 이름 붙일 수 있다.
우선 야권이 절대적으로 우세해 단일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호남지역의 경우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을(오병윤)을 제외하고는 각당의 모든 후보가 완주하기로 결정했다. 이를테면 '우호적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야권이 절대적으로 열세인 대구와 경북에서도 굳이 단일화에 큰 힘을 쏟지 않은 양상을 보였다. 지역주의가 강한 소선구제 하에서 당선자를 내기 힘든 지역이기 때문에 굳이 단일화를 하기 보다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각자의 후보를 완주시켜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득표라도 조금 더 올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지역주의가 약화되고 있는 부산-경남-울산지역은 각 지역별 특성이나 정당과 후보의 경쟁력을 모두 고려한 연대방안을 도출했다는 평가다. 그만큼 최대한 필승카드를 내놓고 새누리당과 일전을 치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부산 영도(민병렬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와 해운대기장갑(고창권 부산시당 공동위원장)을 통합진보당에 양보한 것은 필승 의지를 드러내기에 충분한 '용퇴'와 '양보'로 평가된다.
노동자가 많은 울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은 울산 남구을(김진석 울산소상공인포럼 사무처장)과 울산 동구(이은주 전 시의원)를 통합진보당에 내어주고, 나머지 지역도 경선으로 후보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중구(송철호 변호사) 한 곳만 양보를 받았을 뿐이다.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을 최대한 양보한 모양새를 취해 충분히 야권연대의 파트너로서 존중해줬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경남지역의 경우 산청함양거창에 통합진보당의 권문상 변호사를 단일후보로 결정한 것 이외에는 나머지 15개 지역에서는 모두 경선을 치르기로 했는데, 이 역시 새누리당과 맞설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찾기 위한 야권의 일체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야권연대의 전제조건, 호혜와 존중 돋보인 협상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이런저런 야권연대 과정에서 불거졌던 패권주의적 협상 자세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점이다. 비록 협상과정에서 진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진통 끝에 옥동자를 낳았다'고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살아났다는 평가다.
수도권의 경우 각당이 스스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을 과감히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상당수 지역구는 경쟁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함에 따라 서로의 모양새를 좋게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야권연대를 둘러싸고 통합진보당이 '구걸'을 한다거나, 민주통합당이 '오만'하다는 식의 상반된 입장차이가 나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천호선, 노회찬, 심상정 등 간판 선수들이 모두 전략공천 대신 민주당 후보들과의 경쟁을 선택하면서 대등한 협상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평가다.
또한 민주당 역시 고 김근태 고문의 부인 인재근 한반도재단 이사장과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경선을 수용하는 등 서울 21곳, 경기 23곳, 인천 5곳 등 큰 폭의 경선을 받아들임으로써 야권의 맏형다운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양당 지도부의 야권연대 협상 결과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어서 향후 당내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이번 협상에서 논의하지 못한 지역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숙제로 남아 있어서 앞으로 총선 전까지 완벽한 야권연대를 완성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을 어떻게 넘어갈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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