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설명서 무시한 의사에게도 과실 책임 인정"
2012-03-25 09:59:27 2012-03-25 10:24:23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약품설명서에 기재된 주의사항을 무시해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사에게도 과실이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민사9부(부장판사 최완주)는 의료사고로 사망한 박모씨의 유족이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의사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병원측은 8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2개월 동안 병원에서 입원해 알콜의존증 치료를 받은 뒤 알콜 금단증상으로 2008년 8월 재입원했다.
 
당시 의료진은 박씨에게 알콜 금단증상 완화를 위해 신경안정제 '아티반'과 항정신성약물인 '할로페리돌'을 혼합해 정맥투여했다. 하지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자 의료진은 혈압상승제를 투여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박씨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환자의 상태에 대해 면밀한 관찰없이 약물을 투여했고,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알코올 금단증상을 완화시켜주는 '할로페리돌'의 약품 설명서에는 정맥 투여용으로 허가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지만 의료진은 이 사항들을 어겼다"며 "첨부문서에 기재된 주의사항도 지키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의사의 과실이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박씨가 장기간 알코올 의존증에 빠져 있어 초기 간경화 진단을 받았고, 사고 직전 2주 동안 폭음을 한 것이 사망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하고 이씨는 원고측에게 8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재판부는 1심에서 "박씨에게 발생된 저혈압은 약물투약으로 볼 수 없고, 비교적 안전한 아티반과 할로페리돌을 투여하면서 일일이 설명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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