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종료 코앞인데..유료방송 시청가구 '사각지대' 방치
방통위 아날로그 직접 수신가구에만 지원책 한정
2012-03-26 18:31:55 2012-03-26 18:32:24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올해 12월31일 새벽 4시를 기해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가 26일 현재 집계한 디지털 전환 보급률은 96.8%, 인지율은 90.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AGB닐슨’에 의뢰해 지난 연말부터 한달 동안(2011년 12월 13일~2012년 1월 21일) 제주를 제외한 전국 13세 이상 남녀 92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계수치만 놓고 보면 전국민의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디지털방송 전환’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사결과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96.8%가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에도 지상파 방송을 지속적으로 시청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 1734만 가구의 3.2% 수준인 55만5000 가구의 디지털 전환 준비를 도우면 나머지 가구는 2012년 말 아날로그방송 종료에도 정상적 TV 시청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인지율은 90% 넘는데…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통위가 발표한 내용에 허수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방통위가 지원을 언급한 대상은 엄밀히 말해 지상파아날로그방송의 직접 수신 가구에 한정된다.
 
이는 전체 가구의 10% 안팎(통계청 2010년 발표 기준)에 그치는 수준으로 90% 전후한 국민 다수가 유료방송에 가입해 지상파방송을 수신하는 현실을 간과한 지원책이다.
 
현재 지상파 직접 수신가구가 워낙 적다보니 방통위의 지원책은 무리 없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평가지만, 지금도 아날로그방송을 재송신하는 경우가 태반인 케이블방송은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는 올해 말에도 디지털 전환율이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 지원은 지상파 직접 수신가구에만 한정
 
하지만 이에 대한 방통위의 대비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신승한 방통위 디지털방송홍보과장은 “디지털 전환은 올해 말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면서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케이블방송사업자 지원은 그것대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 다양한 지원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강조한 96.8%라는 디지털방송 보급률도 과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른바 전파 도달율과 각 가정의 직접 수신율은 엄연히 차이가 나지만, 가구별 수신율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자연적 난시청뿐 아니라 고층건물에 의한 인위적 난시청도 많은 국내 현실을 무시한 채 정부와 지상파방송사가 자체 조사한 디지털방송 커버리지만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상파·시민단체에서 '연기론' 나오는 까닭
 
방통위는 올해 1월부터 이른바 ‘찾아가는 서비스’와 ‘면대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유통사와 가전사, 홈쇼핑업체와 손을 잡고 DTV 보급에 나서는가 하면,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를 대상으로 자막고지방송을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등 올해 말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앞두고 대국민 홍보와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지상파 직접 수신율 자체가 워낙 낮은 국내 현실에 주먹구구식 행정이 더해져 성공적 디지털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지상파방송사는 방송장비 교체와 송신시설 구축 등 관련인프라 구축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방통위에 아날로그방송 종료 연기를 공공연히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4사는 지난 23일 공동으로 30억원을 출연, 150세대 이상 아파트 6688단지 355만 가구를 대상으로 공시청 개보수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간사는 “디지털 전환은 당초 고화질, 고음질 방송을 보여준다는 목표 아래 추진된 사업인데, 지금은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해 현재로선 당장 아날로그방송을 ‘스위치 오프’해도 전체 시청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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