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손 안대고 코풀기?'..자진신고제로 과징금 늘어
2012-04-05 16:54:18 2012-04-05 16:54:33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해 부당공동행위(담합) 과징금 부과 건수가 지난 2010년 26건에서 지난해 34건으로 증가했다. 자진신고 감면제도 덕분이다.
 
지난해 과징금 부과금액은 5710억원으로 전년도 5858억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과징금 부과현황 집계가 시작된 1998년 이후 2년 연속 5000억원대 과징금 부과액수를 기록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2011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과징금 부과금액은 총 6017억원으로 전년대비 1.05% 소폭 감소했고, 사건처리건수는 3879건으로 전년대비 6.6% 증가했다.
 
조치 유형별로 전년 대비 고발 100%(19건→38건), 과징금 부과 136.4%(66건→156건), 시정명령 33.6%(277건→370건) 증가했다.
 
특히, 과징금 대부분은 공정거래법 중 담합에 대한 과징금이 차지했다. 총 과징금 6017억원 중 담합 과징금은 무려 5710억원이다.
 
◇ 리니언시 제도 '톡톡'
 
담합 과징금은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가 시행된 2005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 행위를 자진해서 신고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공정위는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한 기업에는 과징금 전액을, 2순위는 50%, 3순위는 30%의 과징금을 각각 감액해 주고 있다.
 
공정위가 설립된 1981년 이후 30여년 간 처리된 담합 사건 350여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50여건의 사건이 제도 시행 이후 지난 7년간 처리됐다.
 
공정위 통계연보에 따르면 담합 과징금은 ▲2001년 277억원 ▲2002년 531억원 ▲2003년 1098억원 ▲2004년 291억원 ▲2005년 2493억원 ▲2006년 1105억원 ▲2007년 3070억원 ▲2008년 2057억원 ▲2009년 529억원 ▲2010년 5858억원 ▲2011년 5710억원이다.
 
특히, 최근 2년간 담합 과징금이 5000억원대로 훌쩍 뛴 것은 굵직한 카르텔 사건 덕분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0년 E1, SK가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6개 LPG 수입·정유업체가 2003∼2008년 LPG 판매가격을 담합했다며 모두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SK에너지와 SK가스가 자진신고를 통해 총 2500억 원의 과징금을 감면받았다.
 
지난해의 경우, 5개 석유제품 제조·판매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2548억원, 16개 생명보험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 1178억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 자진신고에 의존..'손 안대고 코 푼'격
 
공정위 관계자도 "최근 담합 적발과 과징금 액수가 늘어난 것은 자진신고 감면제도 덕분"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의 특성상 내부 고발자가 없으면 적발하기 어렵다"며 "리니언시 도입 후 담합 적발이 크게 늘어난 것에 비춰보면 과징금 감면은 담합 적발과 예방에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적발이 어렵다고 자진신고에 의존하는 것은 '경제검찰'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직접 발로 뛰어 조사에 나선 것이 아니라 업체들이 자진신고할 때까지 기다리는 일밖에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최근에도 가격환원 등 위반행위를 자진 시정하는 업체에는 과징금 감경한도를 최대 50%까지 확대해 과징금 감면을 남발한다는 비판과 함께 공정위 주도가 아닌 업체의 자진시정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 과징금..소비자 혜택 이어지도록
 
상대적으로 과징금이 큰 카르텔 사건 적발이 늘어나면서 과징금의 용처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봤으니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끔 해야한다는 얘기다.
 
현재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돼 일반 재원으로 쓰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 활용에 대해 관여할 범위는 아니지만 행정기관으로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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