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문재인 대망론'이 재점화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카드가 그 도화선이 된 모습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5월 4일 원내대표 경선·6월 9일 전당대회에서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에, 이 전 총리가 당 대표에 도전하는 투톱 시스템에 합의했다.
그러자 당장 '호남 비노계 박지원 원내대표-충청 친노계 이해찬 당 대표-영남 문재인 대선후보' 시나리오가 완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이같은 구도가 야권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수도권 민심에, 전통적 텃밭인 호남표와 열세로 드러난 충청·부산 표심을 더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와 더불어 이 전 총리와 박 최고위원이 각각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일등공신을 맡았던 '킹메이커'라는 점에서도 이번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등에 엎고 낙동강벨트 패배로 주춤해 보였던 문재인 상임고문의 '대망론'은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그가 자신의 대선출마 여부를 노 전 대통령 3주기 이후에 밝히겠다고 한 것도 주목된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들에 의하면 문 상임고문이 총선 출마를 결심한 뒤부터는 확실히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정치에 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 상임고문이 총선 과정에서 한명숙 전 대표와 이해찬 전 총리의 갈등론이 터졌을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문자메시지 사태 때 서울로 상경해 엉킨 실타래를 풀었던 점도 '문재인식 정치력'이라는 평가 속에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그가 사상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 "지금 뽑아주면 겨울에 대선가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염려에 "큰 인물을 뽑으셔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어느 정도는 대선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재점화되고 있는 '문재인 대망론'에도 문 상임고문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는 지적이다. 당장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해찬·박지원 합의가 '구시대적 담합'이라는 내부의 비판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에 박지원 최고위원은 27일 "문을 만났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상임고문도 "두 분의 결정은 담합이 아닌 단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선출될 최고위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며 신임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탓에 내부의 반발도 무리는 아니다.
또한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이 전 총리가 대표가 되는 데 힘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 전 총리가 대표가 되면 문 상임고문이 부각되면서 당권과 대권이 한 곳에 집중된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결국 박 최고위원의 말대로 "전당대회와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히 관리하여 오해를 불식시켜야" 당내 여진과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주자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적인 대선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논의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문 상임고문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4월 셋째주 주간 정례조사 대선후보 양자구도에서 39%를 기록해 박근혜 위원장(52.7%)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자구도에서는 박 위원장이 42.1%로 1위를 차지했고 안철수 원장이 23.9%, 문 상임고문이 13.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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