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당내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충격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의 사태 수습 방안으로 사상 초유의 경쟁형 비례후보 전원 총사퇴라는 극약 처방이 거론되고 있다.
2일 조준호 공동대표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로 파문이 확산되면서 위기에 봉착한 통합진보당의 내부 타개책으로 이에 대한 주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즉각 비례대표 1, 2, 3번 배정자들의 사퇴를 촉구하며 맹공에 나섰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밝히며 통합진보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3월 19대 총선에 나설 비례대표를 당원들의 온·오프라인 투표를 통해 선출하면서, 20명의 후보자를 6명의 개방형명부와 14명의 경쟁명부로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은 찬반투표를 진행한 개방형명부에는 4번 정진후·5번 김제남·6번 박원석 후보를 당선권에 배치했고, 12번 유시민·14번 서기호·18번 강종헌 후보를 후순위로 놓았다.
당원들의 투표로 순위를 배정한 경쟁명부에는 여성명부 1위를 차지한 윤금순 후보가 전체 1번에, 일반명부 1위의 이석기 후보가 2번에, 청년비례대표로 뽑힌 김재연 후보가 3번에 배치됐다.
그런 뒤에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은 10.3%의 정당지지율로 비례대표 6번까지 당선이 됐고, 지역구 7석을 더해 13석으로 제3당으로 도약했다.
그런데 이번 진상조사위의 결과발표에 의해 1, 2, 3번을 받은 후보들이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선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패권주의 척결을 기치로 내건 비당권파 당원들은 당내 경쟁명부 후보 14명이 총사퇴를 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초유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부정한 방법이 개입된 선거에서 순위를 매긴 14명의 후보들은 모두 자격이 없으니, 당선되지 못한 개방형명부 후순위들이 승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들은 공동대표로서 선거를 이끈 유시민 공동대표는 비례대표 승계를 받아선 안 되고, 그 자리는 포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이면에는 유 대표가 승계하게 될 경우, 정파간 지분 다툼으로 비칠까 하는 염려와 공동대표단도 함께 사퇴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담겨 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윤금순·이석기·김재연 당선인이 사퇴하고 서기호 전 판사와 강종헌 후보가 대신해서 등원하게 되는데, 당권파는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현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당 안팎에서는 총선을 치르기 전부터 예고된 내홍이었다는 자성에서부터 이번 기회에 패권주의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 조준호 공동대표의 일방적 결과발표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까지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른바 NL의 당권파,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른 계열, 특히 참여당 계열이 견제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구 민노당 내에서 비슷한 일은 무수히 있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이정희씨 사퇴하고, 비례대표 다시 뽑아야 한다"면서 "물론 이번엔 후보 검증도 철저히 해야 하고, 비례대표 선출 과정 자체가 당 안팎 유권자들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는 당권파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선거부정 소식을 들으니, 일부의 의식과 행태가 '현대화' 이전에 '근대화'가 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일 확실히 정리 안 하면 향후 원내교섭단체는 없다"고 일갈하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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