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저금리로 대학 등록금 전액을 대출해주는 '든든학자금(ICL·취업 후 학자금상환제)도 빚'이란 인식이 확대되면서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비싼 이자의 학자금 대출이 줄어들고 싼 이자의 정부 돈을 빌리는 사례가 늘어나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경감됐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든든학자금' 역시 '빚'이란 얘기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학기 든든학자금 대출건수는 24만45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3% 늘었다. 대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4% 증가한 78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학기부터 시행한 든든학자금은 정부가 대학 등록금 전액을 대출해 주고, 일정소득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구조다. 소득 7분위 이하이면서 성적이 C 제로(0) 이상인 대학생이 수혜 대상이다.
재정부는 "전체 학자금 대출규모는 올해 1조7500억원의 국가장학금 도입 등의 효과로 지난해 37만5414건(2011년 1학기)에서 올해 36만1368건(2012년 1학기)으로 감소했지만 든든학자금의 지원 실적은 대폭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이어 "올해 최초로 도입된 국가장학금과 든든학자금 지원을 통해 앞으로도 저소득층 가계의 등록금 부담을 지속적으로 경감함으로써 고등교육 기회균등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든든학자금이 대학생들에게 일반 금융기관의 학자금 대출보다는 이자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든든학자금 역시 '빚'이어서 대학생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특히 대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을 해도 학자금 대출 갚기에 급급해 정상적인 삶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극심한 청년 실업난으로 학자금 대출이 청년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장학재단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매년 1만 명 정도씩 증가하던 학자금 대출 연체자가 지난해에는 4배 이상 급증했다. 청년 신용불량자도 100명 당 2.4명 꼴인 3만 3000명으로 증가했다. 학자금 대출이 '덫'으로 작용하고 있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대학생들이 대출을 하지 않고도 대학에 다닐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저소득층에게 저리의 국가장학금을 지원·확대하는 것이 표면상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일지 모르나 이는 '꿀이 든 독약'"이라며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에 대한 고통을 유예해 줄 뿐, 결국 빚으로 돌아와 가계부채에 심각성만 더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대학생들이 비싼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야 하고, 저소득층에게는 무상 장학금이나 저리의 국가장학금을 늘려 전체적으로 대학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자금 대출 확대는 재정문제와 가계부담, 청년 신용불량자 양산 등 복합적인 위험 요인으로 연결되는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며 "근본적으로 대학을 쉽게 가고, 쉽게 다니는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국가장학금이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혹은 대학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대학 교육이 필요한 이에게 지원돼야 한다"며 "대학을 가급적 필요한 사람에게만 가도록 하는 제도 개선 정비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