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석유소비 절감 세제 혜택..엉망된 조세정책
2012-05-25 09:11:49 2012-05-25 10:54:47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석유소비를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비 신용카드 이용금액 소득공제 확대방안을 내 놨지만, 그 혜택이 중산층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데다 실제 공제대상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책이 '비과세감면 축소'라는 큰 틀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여 나가고자 했던 정부의 기존 정책방향과 배치되면서, 정부 내부에서조차 졸속으로 대책이 마련됐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자인 서민혜택 적어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소비 절감대책의 일환으로 대중교통비를 신용카드로 지급하는 경우 소득공제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늘리고, 대중교통비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액도 100만원을 추가로 늘리는 세법개정을 올해 추진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면 세금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인데, 이 대책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방안대로라면 최대로 소득공제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연봉 5000만원 소득자는 연간 333만원 수준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최대 16만5000원을, 연봉 3000만원 소득자도 333만원 어치를 이용해야 겨우 7만원 가량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특히 카드소득공제의 경우 총 급여의 25%를 초과한 금액부터 소득공제 혜택이 있고, 사용금액이 클수록 혜택이 크기 때문에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혜택이 갈 수밖에 없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라며 "소득공제 자체가 누진구조이기 때문에 세율이 높은 고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공제혜택을 제대로 받으려면 연간 대중교통비로 333만원, 월평균 28만원씩을 사용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택시비로 낸 신용카드사용액은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카드매출액 상위그룹에 속하는 A카드사의 경우, 지난해 전체 교통비 승인액 중 택시비 비중은 25%였고, B카드사의 경우 교통비 승인액 중 택시비 비중이 42%에 달했다.
 
카드택시가 보편화돼 있는 상황에서 택시비를 제외한 버스와 전철이용료만으로 소득공제 한도를 채우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재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1000억원에서 2000억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추산일뿐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교통카드 사용액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1년에 1인당 60만~70만원 정도를 교통비로 쓰는 직장인의 4인가족 기준으로 볼 때 어느 정도 혜택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득공제 줄여나가겠다면서 오히려 늘려
 
이번 대책은 그동안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축소라는 원칙 하에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여왔던 기획재정부의 입장과 너무나 상반된다.
 
카드소득공제의 최저 사용 적용선인 총급여기준은 2004년까지 10%였지만, 정부는 이를 조금씩 상향 조정해 2010년부터는 카드사용액이 총급여액의 25%를 넘어야만 소득공제가 가능하도록 했고, 2008년까지 500만원이던 총 공제한도도 2010년부터는 300만원으로 줄였다.
 
2009년 총 공제한도를 300만원으로 축소할 당시 재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과표양성화라는 목적이 달성됐다"며 "300만~500만원 구간에는 주로 고소득 층이 많다"는 설명까지 내 놓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전통시장 공제한도 100만원을 추가한데 이어 교통비 공제한도까지 100만원 추가하면서 총 공제한도는 500만원으로,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고, 체크카드와 차별화했던 신용카드 공제율도 교통비에 한해 30%로 체크카드와 같은 수준이 됐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카드 소득공제는 작년 말에 3년 더 연장됐지만, 신용카드, 현금카드, 체크카드 등을 비롯해 작년에는 전통시장 신용카드 공제까지 생겼고, 이번에 교통카드까지 생겨서 정책이 너무 복잡해졌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정책을 내 놓을 때마다 세금을 양념처럼 끼워 넣으니 거시적인 정책틀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이번 대책도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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