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하면 입양효력 발생
대법, "파양요건 없는 한 양친자관계 부정 안돼"
2012-05-28 09:00:00 2012-05-28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남편이 아내와 이혼한 뒤 혼인생활 중 아내가 다른 남자와 부정한 행위를 해서 낳은 아이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했다면 그 아이를 입양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며느리가 낳은 혼외자에 대해 숨진 아들 대신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낸 A씨(81)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의 아들 B씨는 종손으로 아내 C씨와 결혼했으나 아이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C씨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워 D군(10)을 임신했고 B씨와 C씨는 2002년 1월 협의 이혼했다.
 
B씨는 그러나 C씨가 4개월 뒤 D군을 출산하자 같은 해 9월 D군을 C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친생자로 출생신고 했다. 이후 B씨는 매월 150만원씩 양육비를 보내고 주말이면 같이 놀아주는 등 D군을 아들처럼 대하다가 2008년 5월 사망했다.
 
이에 A씨는 D군이 아들 B씨의 친생자가 아니고 친생자로 되어 있는 가족관계등록부도 허위라며 D군을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씨가 D군의 생부가 아니었으므로 친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맞지만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하면서 입양의 효력이 발생했고, 입양관계를 깰 수 있는 파양요건이 없어 A씨의 청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A씨는 이에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리자 상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당사자가 양친자관계를 창설할 의사로 친생자출생신고를 하고 거기에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면 그 형식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입양의 효력이 발생하고, 이 경우의 허위의 친생자출생신고는 법률상의 친자관계인 양친자관계를 공시하는 입양신고의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입양을 하려면 양자가 될 자의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혼인외의 출생자는 생부가 인지를 하지 아니한 이상 혼인외 출생자의 입양에 대한 동의권이 없고 그 경우 생모가 단독으로 입양에 동의하더라도 입양의 요건은 갖추어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씨가 D군을 C씨와 사이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할 당시 D군을 입양할 의사가 있었고, 법정대리인인 C씨의 입양승낙이 있었으며, 그 이후 D군을 양자로서 감호?양육한 점 등에 비춰 B씨와 D군 사이에는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었고, 따라서 D군에 대한 출생신고는 비록 그 형식이 잘못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입양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해 양친자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에서 그 양친자관계를 해소해야 하는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출생신고에 관한 기재를 말소해 법률상 친자관계를 부정하게 되는 친생자관계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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