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지난 10일 동반성장지수에서 최우수 등급인 '우수' 등급을 부여 받아 동반성장 '훈장'까지 얻은
삼성전자(005930)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졌다.
또 지난 해 내내 변종 SSM 등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양산하던 롯데는 동반성장지수에서
롯데쇼핑(023530)을 '양호' 등급까지 끌어올렸지만, 최근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생계형 서비스 업종을 가장 많이 침투하는 기업 1위로 꼽혔다.
사실상 동반성장지수는 발표 후 이렇다할 '약발'을 나타내기 전부터 이미 실효성 '제로'를 입증한 셈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동반성장위원회 내부 실무진을 비롯한 업계에서는 '예산'이 문제였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동반성장지수와 관련해 동반위가 수행하는 체감도 조사는 배정된 예산, 인적·물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터라 체감도 조사 자체가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체감도 조사 자체가 대기업쪽 사람이 나와 테이블에 협력업체 몇 군대를 올려놓고 조사 기업을 고르라고 하는 식인데, 이런걸 무작위 차출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사실상 직접 방문도 아니고, 유선상으로 설문지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평가를 위해 책정된 동반성장지수의 조사 기간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1년으로 한정된 평가 기간의 범주 안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 간 체결된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을 평가하고, 동반성장위원회는 협력중소기업을 상대로 체감도 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합산한다.
반면 이번에 과징금까지 부여받은 삼성전자의 불공정거래는 조사 얼마 전인 2008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벌어진 일로, 자연히 2011년 동반성장 지수평가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일이다.
이로 인해 불과 조사 한 달 전에 저지른 불법이 뒤늦게 드러난 삼성전자는 여전히 동반위가 인증한 동반성장의 선도적인 대기업이다.
동반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허술한 조사 방식에 대해 "우리도 예산에 한계가 있고, 공정위도 마찬가지다. 예산증액 요청하고 있지만 (지경부가) 쉽게 해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경부는 동반성장지수와 관련한 동반위의 합당한 예산 증액 요청을 허용하지 않고, 아예 직접 나서서 성과공유제의 '복음'을 업계에 직접 전파하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지경부가 동반성장 정책 과정에서 동반위를 배제시킬 수도 있다는 종전의 우려를 차츰 현실화하고 있다.
예산도 없고, 권한도 없는 동반위는 주무부처인 지경부가 직접 나서서 정책을 전파하고 나서자 안그래도 좁은 운신이 폭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기대를 모았던 동반성장지수가 삼성전자와 현대차에게 정부 인센티브와 각종 혜택을 부여한 지수로 끝나고, 동반위는 꼴찌를 받은 '개선' 등급에 해당하는 대기업들 위로하느라 ‘공치사’에 여념이 없자 시민단체의 반응도 더 없이 싸늘하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의 시민단체에서는 정운찬 위원장 사퇴 이후 대기업 사외 이사 출신의 유장희 위원장이 선임되자 '동반위의 해체'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안정팀장는 "국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동반위의 존재 목적이 실효성 없는 지수 개발을 통해 재벌 대기업을 변호하는 것도 모자라 정부 차원 인센티브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존속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반위와 관련된 모든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위기에 처한 건 다름 아닌 동반성장 그 자체다. 지금 확실한 분기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동반위와 동반성장은 아무런 성과 없이 정권 교체와 맞물려 저물어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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