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정부가 중견기업 육성 대책을 통해 오는 2015년까지 3000개의 중견기업을 키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부는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제130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2015년까지 중견기업 3000개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중견기업 3000 플러스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정부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겪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를 확대하고, 하도급 거래 보호대상에 중견기업을 포함키로 했다.
중견기업을 위한 연구개발(R&D) 세액공제구간도 신설했으며, 중견기업에 대한 1조원의 추가 자금 지원, 인력확보 등도 지원한다.
그러나 중견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세액공제와 자금조달, 고급 인재 확보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란 게 업계의 반응이다.
지난해 중견기업으로 전환된 A기업 실무자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나 회사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기업이 약간 성장했다고 해서 그 동안 지원되던 세제혜택이 한 번에 사라지면 경영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세액공제 8% 정도로는 중견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철금속 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우리는 R&D 투자가 많은 기업인데, 중소기업일 때는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았다"며 "전에는 25% 공제를 받다가 중견기업에는 8%를 해준다고 해서 부담이 줄어들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이 가장 큰 애로를 겪는 인재확보 지원책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재생에너지기업을 경영중인 김 모씨는 "인재확보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임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월급을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부나 언론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차이가 크다는 것만 강조하니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혹사당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중소중견기업이 잘하는 점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장기재직자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장기재직자 지원 프로그램은 5년 이상 장기근로를 조건으로 매달 근로자가 저축하는 금액에 대해 기업이 같은 금액을 매칭해 2배로 불려 목돈 마련을 돕는 제도다.
한 중견기업 팀장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득이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 부담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대표이사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임금 격차를 완화하고 목돈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중견기업 규모의 회사가 근로자의 저축금액을 매칭해주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고 난색을 표했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연봉을 인상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서 "5년이라는 기간도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그는 "IT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3년마다 이직하면서 경력을 쌓는 것이 관행"이라며 "업종별로 재직기간 싸이클이 다른데 5년이라는 기간을 모든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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