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음과 양, 당근과 채찍, 긴장과 이완 등 모든 것은 균형을 강조할 대 사용하는 표현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정책이라는 것이 위에서 만들어 밑으로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을 확정하기 전에 귀를 열어야할 뿐 아니라 균형잡힌 시각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대형마트 사태를 보면 할 말이 없다. 골목상권 살리기 명목으로 매달 두 번 대형마트가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규제가 지난 3월부터 적용됐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속속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각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시간 및 의무휴업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정상 영업할 수 있는 대형마트·SSM 점포 비율이 90%대로 증가했다.
민생과 밀접한 정책이 제도나 법에 대한 자세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시행된 것임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4일로 늘리는 등의 더 강한 대형마트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지자체들은 의무 휴업일을 고수하기 위해 조례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원이 문제 삼았던 조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개정안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대형마트 영업 규제안이 저번처럼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진정 민생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최우선돼야 한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강제로 줄인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전통시장으로 이어질 것이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나 인터넷쇼핑 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주차도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또 신용카드 사용이 어렵고, 제품에 가격이 붙어 있지 않아서 '상인이 부른르는 게 값'이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특히 재래시장은 늦은 시각에 이용할 수 없어 맞벌이 가족들은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강력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전통시장의 상권을 살리는 것이 목표라면 먼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급히 이뤄지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뿐더러 또 한쪽에 치우치면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이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는 것이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함이라면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와 함께 재래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이 함께 이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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