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메리츠화재가 사업비를 대폭 낮춰 무배당 연금보험을 출시한 것을 두고 손보사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업계사이에서 무배당 연금보험 사업비를 대폭 줄여야 하는 문제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상품출시를 미루던 상황에서 메리츠화재가 이를 받아들여 먼저 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고객이 자유롭게 연금, 저축, 자동차, 고품격 현물급부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차별화된 보장을 하나의 Basket에 담아 관리할 수 있는 '(무)케어프리보험 M-Basket 1209' 상품을 출시했다.
창사 90주년 기념상품으로 내놓은 이 상품은 3년 약정형 자동차보험을 비롯해 무배당 연금상품 등 지금까지 업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보장 조건들을 새롭게 만들어 하나로 결합시켰다.
일반적으로 유배당 상품은 자산운용을 통해 발생한 이익의 90%를 계약자에게 배당하고 10%는 보험사가 가져가는 구조라 사업비가 높게 책정된다. 반면, 무배당 상품은 계약자에게 배당을 하지 않아 사업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소비자는 조금 더 저렴한 보험료로 연금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 1월 손보업계가 무배당 연금보험을 출시하는 것에 대해 허용을 했다. 단, 무배당 연금보험 상품의 사업비를 유배당 상품에 비해 3분의 1로 줄여 200%까지 낮추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금감원은 "무배당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유배당 연금저축보다 계약자의 이익이 적은 만큼 보험료를 대폭 낮추고 해약환급금을 높여야 한다"며 "사업비 또한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유배당 연금보험상품 보다 대폭 줄여 보험료를 낮춰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손보업계 관계자들은 "그정도 사업비로는 설계사 수당조차 맞출 수 없으니 차라리 안파는 게 낫다"고 일축하며 상품 출시를 외면했었다.
금감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상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사업비가 낮으면 그만큼 설계사들의 수당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어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설계사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요구한 사업비 수준은 타 상품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설계사들의 수당 또한 낮아질 게 뻔한데, 수당으로 먹고사는 설계사가 이같은 상품을 팔기나 하겠느냐”면서 “결국 설계사들은 다른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무배당 연금에 대해서는 소극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메리츠화재가 돌연 무배당 연금보험 상품을 출시하자 업계는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이미 한 보험사에서 상품을 출시했으니 다른 보험사들도 '울며겨자먹기'로 상품 출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대, LIG손보 등 주요 손보사들은 아직 무배당 연금보험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무배당 연금보험 상품의 실효성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메리츠화재에서 이번에 출시한 상품의 반응이 좋다면 어쩔수 없이 상품 출시를 서둘러 시장형성에 찬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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