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저축은행들이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해 잇따라 증자에 나서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영업중인 저축은행 절반 가까이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다 금융당국이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추가 제재를 면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일부 저축은행은 자본을 확충함으로써 추락한 저축은행의 이미지를 개선해 정상적인 영업에 돌입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W저축은행은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증자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증자 금액과 관련된 내용은 현재 나오지 않은 상태로 이달말에는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 계열인 현대저축은행도 조만간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옛 대영저축은행 인수 과정에서 떠 안은 부실을 처리해 BIS 비율을 올리기 위한 것.
앞서 웅진그룹의 계열사인 서울저축은행은 지난 12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오는 10월에 300억원, 12월에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인 웅진캐피탈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저축은행은 그룹 편입 이전에 발생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면서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많은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저축은행의 자본잠식은 50%가 넘은 상황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조카사위 부부 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스마트저축은행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잇따라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난 11일 스마트저축은행은 제3자 배정방식으로 스마트저축은행의 최대주주인 대유신소재와 주요 주주인 대유에이텍이 각각 7억5000만원씩 투자해 총 1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6월에도 유상증자를 단행해 대유에이텍으로부터 15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외에도 세종저축은행은 제3자 배정방식으로 120억원의 증자를 단행했고, 삼일저축은행도 주주배정방식으로 46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다. 유니온저축은행도 주주배정방식으로 25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에 사활을 거는 것은 2011회계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 실적 결산 발표를 앞두고 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전국에서 영업중인 89개 저축은행 가운데 2011회계연도 3분기까지 48%(43개)가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재무구조가 부실한 저축은행에 대해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BIS 비율이 7% 미만이면 경영개선을 권고하고, 5% 미만에 대해선 경영개선 요구, 2% 미만이면 경영개선 명령을 내린다. 사실상 BIS 비율이 마이너스면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저축은행들이 증자에 나서는 것은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한 측면이 제일 크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저축은행은 자본을 확충함으로써 추락한 저축은행의 이미지를 개선해 정상적인 영업에 돌입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 가운데서 증자는 물론 매각도 제대로 못하는 곳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확신에 증자에 나서는 것을 꼭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증자를 통해 신뢰감을 가지고 안정적인 영업에 돌입하려고 한다"며 "빠른 시간안에 증자를 마무리해 검토중인 새로운 시장에서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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