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폴리실리콘 가격이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바닥 탈출 조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한층 팽배해졌다.
폴리실리콘 값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선두 업체들마저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는 국면이다.
18일 태양광 가격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kg당 17.74달러로 전주 대비 4.5% 하락했다. 지난 9월19일 처음으로 19.85달러를 기록하며 20달러 선이 붕괴된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10.62%나 가격이 빠진 것이다.
폴리실리콘 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였던 세계 4대 메이저 폴리실리콘 제조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폴리실리콘은 공장 가동률이 생산 원가를 좌우하는데, 현재 각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은 가동률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수요가 답보 상태에 빠진 탓이다.
폴리실리콘 업계가 처한 어려움은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4대 메이저 업체 중 한 곳인
OCI(010060)는 3분기 폴리실리콘 사업부문에서 처음으로 318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 7월과 8월만 하더라도 가동률이 90%대였으나 9월 들어 50%로 급감하면서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폴리실리콘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배경에는 여전히 지속되는 공급과잉과 수요부진 등의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저가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산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교통정리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또 전방산업인 웨이퍼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미리 확보해 둔 폴리실리콘을 내다팔고 있다. 현금 확보 차원에서 저가로 재판매에 나서면서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 세계 폴리실리콘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이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무역 분쟁에 휘말린 점도 악재다.
미국이 중국 태양광 패널에 최대 250%의 반덤핑 관세와 상관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또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기로 하면서 웨이퍼와 모듈 등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폴리실리콘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가동률을 줄였다는 얘기는 가격이 인내할 만한 수준 이하로 내려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원가절감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선두 업체들이 버틸 수 있는 폴리실리콘 가격을 15달러대로 추정하고 있다. 법인세·감가상각·이자비용 차감 전 이익이(EBITDA) 0이 되는 구간이기도 하다. 때문에 15달러대를 바닥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모듈업체들이 현금 확보를 목적으로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판매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2~3달러 정도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폴리실리콘이 바닥권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15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거의 모든 기업들이 적자를 보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상황인 만큼 4분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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