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이달 말부터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됨에 따라 저신용자가 고금리의 대부업이나 사채시장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워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신용카드 발금 및 이용한도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모범규준에는 신용카드 신규 발급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신용도 1∼6등급의 만 20세 이상에게만 허용토록 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된 셈이다. 다만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 가운데 가처분소득이 월 50만원 이상이라면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을 뺀 값이다.
작년에 발급된 신용카드 630만건 중 약 30만건은 결제능력 미비 또는 다중채무로 발급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돼, 30만명 정도가 카드 발급에 제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 이용한도도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결제능력을 판단하던 것에서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바뀐다. 책정방식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이에 따라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의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으로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영경 YMCA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 "가계부채 문제로 카드시장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가 동시에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신용카드 모범 규준으로 저신용자에게는 '적신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최근에도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의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대부업체 조차도 이용하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사채시장으로까지 떠밀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주목받고 있다.
정무위원회 노회찬(진보정의당) 의원이 대부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의 신용등급별 거래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0년 말 기준 7등급 이하 거래자는 전체의 57.1%로 집계된 것이 지난해에는 70.2%로 증가했다.
대부업 전체 거래자 중 70%가 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이 대형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받은 금액도 지난해 말 기준 4조2494억원에 달했다. 전체 금액 중 68.8%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처럼 저신용자들의 대부업체 이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대부업도 더 이상 저신용자들이 내민 손을 받아줄 수만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신용카드사는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금융기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카드발급이나 이용한도를 제한하게 되면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는 "서민금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신용자들이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채 급격하게 규제만 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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