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전자상거래 활성화 대책, 실효성 논란
거래소·지경부, '가격 모니터링제' 도입..분담 모니터링
'협의매매' 전체 75%..'산 가격' 정확히 파악 어려워
2012-11-22 14:21:19 2012-11-22 14:22:59
[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최근 석유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시행되고 있는 '가격 모니터링제'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지식경제부는 석유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19일부터 수입 석유에 대한 가격 모니터링제를 시행했다. 전자상거래시스템으로 석유를 공급받은 주유소의 판매 수익을 월·분기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판매 수익을 조사한 결과 해당 주유소의 수익이 전국 주유소 평균보다 높을 경우 거래소는 전자상거래 매매를 제한할 수 있다. 이같은 조치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가격 인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거래소 측은 기대하고 있다.
 
정책 당국이 이번 가격 모니터링제를 비롯해 각종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이유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가격 인하 효과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문제 의식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마련된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거래소·지경부, '가격 모니터링제' 도입..분담 모니터링 
 
올해 4월 거래소에 마련된 석유전자상거래시장은 기본적으로 석유 수입업자와 유통업자가 가격을 흥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흥정을 통해 성립된 가격이 전산상에 공개되면 자연스레 가격 경쟁이 유도될 것이란 취지에서다. 이 과정에서 석유 가격이 내려가고 물가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혼란은 중간 유통업자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입한 석유와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은 석유를 혼합해 팔면서 시작됐다. 주유소에 파는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더라도 '정유사에서 높은 값에 공급받은 석유가 섞였기 때문'이라는 변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박찬수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일반상품시장부 팀장은 "중간 유통업자가 거래시스템을 통해 산 가격과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실제로 판 가격을 감시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전국 주유소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곳을 적발해 매매제한 조치를 내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격 모니터링제로 중간 유통업자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공급받은 석유값이 주유소에 실제로 팔 때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주유소 수익을 파악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나마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거래소와 지경부는 이를 위해 감시 업무를 분담하기로 했다. 유통업자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산 가격은 거래소가,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판 가격은 지경부가 각각 모니터링한다.
 
◇'협의매매' 전체 75%..'구매가격' 정확히 파악 어려워
 
문제는 유통업자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입한 석유값이 '얼마나 정확히 측정될 수 있느냐'다.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매매 방식은 크게 '경쟁매매'와 '협의매매(협의상대거래)'로 분류된다. 경쟁매매는 매도자(수입업자)가 올린 가격과 매수자(유통업자)가 부르는 가격이 합치되는 선에서 이뤄지는 거래다. 주식거래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협의매매는 장외에서 미리 매도자(수입업자)와 매수자(유통업자)가 가격을 정하고 돈은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오가는 거래다. 이들이 송금과 수금을 전자상거래시장에서 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각종 세제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외에서 일부 수입업자가 유통업자 한 곳을 지목해 미리 담합한 가격으로 계속 거래한다면 애초 기대했던 경쟁의 의도는 사라진다.
 
한 석유유통업계 관계자는 "협의매매 방식의 문제점은 사전에 오프라인에서 만나 가격을 미리 정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실제 거래는 1500원에 하기로 해놓고 온라인에서는 그 이상의 가격을 등록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전체 물량의 대부분이 경쟁매매이고 일부만 협의매매 방식을 이용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 가격 모니터링제도 원활히 운영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체 물량 중 협의매매방식의 비중이 4분의3을 차지한다.
 
한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의원실 비서관은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전체 75%의 물량이 협의매매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며 "당초 전자상거래 시장 도입시에는 경쟁매매를 원칙으로 하고 협의매매를 일부 허용하기로 했으나 현재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협의매매가 전체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 가격 모니터링제를 비롯한 어떤 활성책도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석유업계 관계자도 "수입업자들이 대리점(유통업자) 하나를 찍고 물량만 넣어서 매매하는 수법이 횡행하는 이상 어떤 대책을 시행해도 가격 인하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며 "전자상거래를 통해 세제 감면 이득만 볼 뿐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협의매매도 경쟁매매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을 통해 돈이 오가는 구조"라며 "거래소 측에서 매매 가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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