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가 삼성측이 불산 2차 배출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화성경찰서는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들이 공장 안에 차 있는 불산 가스를 송풍기를 틀어 공장 밖으로 배출하는 장면이 담긴 CCTV영상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누출된 불화수소 희석액은 폐수처리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구조이고 사고가 밀폐공간인 클린룸 안에서 일어나 불산 가스의 외부 대기 유출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CTV 영상을 통해 그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명백한 고의 배출로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추가로 확산될 문제는 없느냐는 것이다. 화성사업장 인근은 주택단지로 수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불산은 맹독성물질로 공기보다 가벼워 대기 중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 피부에 묻으면 심한 화상을 입고, 호흡기를 통해 마시면 출혈성 궤양과 폐수종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심정지로 사망할 수 있다.
불산의 특성상 공기 중에 확산되면 희석이 빨리 되기 때문에 잠복기 등을 거쳐 인체에 위협을 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의료계 예방학과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식수 등을 통해 인체에 들어가면 골다공증 등을 촉진시킬 위험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배제하고라도 삼성전자측의 불산 배출행위는 법적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유독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물질을 배출할 때는 배출시설과 방지시설을 거쳐야 한다. 단,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이 의무는 완화된다. 사안의 긴급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당시 상황이 긴급한 상황이었는지, 즉 대기환경보전법상 책임이 완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를 가리기 위해 환경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책임이 완화될 상황이 아니었다면 배출시설에 대한 허가 취소와 과징금 등 제재처분을 받게된다.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시 별도의 관련법령에 의해 형사처벌이 됨은 물론이다.
이번 배출행위가 충격적인 것은 유독성 물질을 고의로 배출했다는 점이다. 당장의 인명피해가 없더라도 인근 주민이 호흡기질환이나 뼈 질환 등 불산으로 인한 상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다.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독물을 포함한 오염물질을 불법배출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상수원을 오염시켜 먹는 물의 사용에 위험을 끼친 자는 가중처벌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다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또 오염물질 배출로 농업, 축산업, 임업, 원예업에 이용되는 300제곱미터 이상의 토지를 오염시킬 경우에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끔 되어 있다.
여기에 이같은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그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개인 등도 위반행위를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상당액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불법배출시설의 사용중지나 철거, 폐쇄가 뒤따르게 된다.
검찰은 유독성물질 불법배출 사범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하고 엄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번 불산 불법배출 사고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의 줄소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검찰에 의해 기소된다고 해도 치열한 법리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불산으로 인한 신체적, 재산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전문 변호사들도 “관련법률이 상당히 복잡하고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등 자료가 없는 한 인과관계 입증 면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과 같이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법리공방으로 매우 오랜시간 법정 분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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