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미 정치권이 시끄럽다. 연방예산이 자동으로 삭감되는 시퀘스터 발동이 불과 2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비를 비롯한 사회복지 지출이 대폭 삭감되면 미국 경제가 침체될 수 있는데도 양당 의원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 의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향후 10년간 연방예산 1조2000억달러가 삭감되는 시퀘스터가 발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균형예산 및 긴급적자 통제법'에 따르면 미 의회가 허용된 적자규모 내로 적자폭을 줄이지 못하면 자동으로 시퀘스터가 발동한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매년 1100억달러씩 10년간 총 1조2000억달러의 예산을 자동 삭감해 누적되는 재정적자를 막으려는 조치다.
◇예산 협상 '난항'.. 민주 '부자증세' VS 공화 '예산감축'
지난해 말 미국의 부채가 법정 한도치인 16조4000억달러에 도달해 1월1일부터 시퀘스터 발동이 예정돼 있었다.
다행히 12월말 양당이 극적으로 시퀘스터를 3개월 뒤로 미루는 합의에 성공하며 협상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
3개월의 시간을 얻은 미 의회는 허용된 범위 내로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각각 내놓았다.
그러나 공화당은 재정지출 대폭 삭감에, 민주당과 대통령은 '부자증세'에 비중을 두다 보니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그렇게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어느덧 연장했던 시기가 한 달 도 채 남지 않게 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나섰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며 시퀘스터 추가 연장안과 고소득층 세금 혜택 제한 등이 담긴 패키지 법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을 필두로 공화당 의원들이 "예산을 대폭 감축하지 않으면 협상도 없다"고 일축하자 협상은 또 다시 미궁속으로 빠졌다.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민주당이 칼을 빼 들었다.
시퀘스터 발동시기를 10개월 뒤로 늦추고 그사이 국방비와 농업보조금 감축·소득 상위계층의 소득세율을 최소 30% 적용 등을 통해 1100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제는 '부자증세'였다. 공화당은 예산절감 폭을 더 키워야지 세금을 올리면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고 일자리는 줄어든다며 민주당에 맞섰다.
◇시퀘스터 파급효과..일자리 '위축'..경기성장세 '둔화'
이렇듯 아무런 소득 없이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의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양당은 시퀘스터가 발동해 국방비를 비롯한 사회복지지출이 대폭 줄어든다면 미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국방예산이 연평균 대비 약 22% 삭감되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한 전례가 있어 예산삭감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1%를 기록해 14분기만에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레온 파네타 미국 국방부 장관은 "(시퀘스터가 적용되면)경제회복세가 꺾여 75만명이 일자리를 잃게될 것"이라며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미 의회예산청 CBO은 시퀘스터가 발동하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추산치는 2.2%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육·에너지·안보 등의 분야에서 너무 많은 지출을 삭감하면 직업이 줄어들고 경제회복세는 더뎌질 것"이라고 거듭 지적해 왔다.
오바마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하는 연두교서를 통해서도 "시퀘스터가 발동하면 기업대출이 줄고 고용이 둔화돼 경기회복속도가 늦어질 것"이라고 재차 경고하며 양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빌 게일 브루킹스 연구소 경제 연구 디렉터는 "앞으로 10년간 재정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경제면에서 현재 큰 무리가 없어 보이나 여전히 우리가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일각에서는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른 하원 의원은 "내 직감에 미 의회는 다음달 1일까지 협상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퀘스터 발동을 앞두고 미 의회는 오는 25일까지 휴회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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