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더 이상 힘이 없다. 이 빠진 호랑이와 같은 모양새다.
원래 정권 말 상황이 이렇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하자 급기야 소비자단체의 힘을 빌렸다.
물가관리를 전담하는 기획재정부의 이야기다.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이 단행되자 지난 19일 재정부는 이례적으로 소비자단체의 물가 분석 자료를 기자들에게 공식적으로 배포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발간한 자료에는 원자재 가격이 소폭 상승하거나 하락했는데도 제과제품·유지류 모두 가격이 올라 서민경제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고민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 동안 여러 소비자단체들에서 물가 관련 분석 자료를 내 놓았지만 이처럼 재정부가 직접 자료를 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은 드문 일이다.
현재 재정부는 어중간한 입장에 놓여 있다.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있지만 정권 이양기인 시점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탓이다.
더 이상 기업들을 향한 '압박'이 통하지 않자 소비자단체 자료를 언론에게 전해 넌지시 도움을 청한 셈이다.
지금은 정부가 바뀌는 시기다. 지난 5년 동안 정부 눈치를 보면서 가격을 올리지 못한 기업들이 정권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때를 놓칠리 없다.
콩나물과 두부, 밀가루, 주류, 장류, 김치, 영화관람료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무차별적인 가격 인상은 민간기업 뿐 아니라 공공요금을 관장하는 산하기관·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광역상수도 요금과 민자고속도로 통행료가 인상된데 지역별로 택시요금도 오르고 있다. 다음달 2일부터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요금을 평균 각각 5.8%·4.3% 인상한다. 전기요금은 평균 4%, 도시가스 요금은 4.4% 올랐다.
보통 재임 기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관리 등을 위해 기업들에게 물가 상승을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에 나선다.
그러나 정권 이양기에는 상황이 다르다. 5년간 눈치를 보며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기업들과 기관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가격을 올린다.
이들은 원가가 올라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해명하지만, 그 중에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가격을 올리는 파렴치한 업체들이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는 사실상 물가 상승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어쩌면 손을 놓은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권 이양기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정부의 물가관리가 인위적인 가격 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문제다. 가격 거품을 줄이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담합을 방지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매주 물가관리회의를 열고 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등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범부처적인 협업을 했다. 그 결과 효과가 있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여기에 동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묻지마 가격 인상'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 가격 인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내기에 초연해져야 한다. 정부가 관치의 완력을 휘두르는 악순환도 끝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정부의 노력과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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