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여전히 틈새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도입 8년차인 SRI펀드가 꾸준한 트랙레코드(운용실적)를 축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덩치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3년 이상 운용실적을 쌓은 국내 10개 SRI펀드(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의 3년 수익률은 평균 16.97%로 국내주식형펀드의 3년 수익률(16.47%)을 상회했다.
<자료: 제로인>
이들 펀드의 1년(-3.57%), 2년(-7.77%) 평균 수익률이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의 1년(-2.24%), 2년(-6.05%) 성과 대비 더욱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펀드 규모는 극히 작을뿐더러 자금 유입도 거의 없다. 국내 SRI펀드는 포커스가 확실하지 않다는 선입견으로 신규 투자자가 드물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운용 순자산이 1조1107억원에 달하는 알리안츠자산운용의 ‘기업가치향상장기자(C/A)’를 제외하곤 대부분 100억원 미만이다.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이는 정작 투자자 관심 밖이다. SRI펀드는 기업의 실적·재무구조 등 일반적인 투자 기준 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중에서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하는데 앞서 수익률이 뒷받침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착한 금융상품’으로 호기롭게 등장한 국내 SRI펀드가 자산배분의 한 영역으로 자리 매김하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벤치마크로 사용하는 한국거래소의 SRI지수 편입종목 대부분이 대형주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SRI펀드 60개의 보유비중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평균 5∼6개는 시가총액 상위 30위 이내의 대형주다. SRI펀드의 본래 취지를 흐렸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대목이다.
투심을 잡기 위해 이름을 바꾸는 사례도 나온다.
최근 NH-CA자산운용은 기존 ‘대한민국 SRI펀드’를 ‘장기성장 대표기업펀드’로 개명했다. 그동안 일반 투자자와 판매사 직원들에게 어렵게 인식돼 온 SRI펀드를 ‘쉽고 친근하게’ 고쳤다는 설명이다.
오현정 NH-CA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이 펀드는 설정 이후 연도별 성과는 대부분 구간에서 코스피지수를 상회하고 있다. 동일 유형 펀드간의 랭킹에서도 성과의 큰 편차 없이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과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우수한 운용성과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NH-CA자산운용의 대표 주식형 펀드로 자리매김토록 하겠다는 설명을 더했다.
업계 전문가는 “이름을 바꾸는 식의 마케팅 전략으로 부각 효과를 누린 펀드가 꽤 있다. 애매한 상품의 포커스가 뚜렷해지면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름만 바꾸고 종목선정 방식 등 기법이 똑같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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