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은행권이 '인사 태풍'을 앞두고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정권 코드맞추기를 위해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에만 몰두할 뿐 당초 목표로 내세웠던 해외점포 확대, 신사업 추진 등의 중점과제는 어느새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새 수장이 누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사업을 추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자 아예 새로운 사업 추진을 미루고 있는 것.
이같은 눈치보기가 장기화 될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 부진, 업무추진 동력 상실 등으로 은행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앞다퉈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책을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7일 각각 '예비창업자 기술보증부 대출상품 출시', '은행권 최초 금융소비자본부 신설'을 발표했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4일 각각 '사회적기업 생태계 지원 위한 업무협약 체결, '중소기업 창업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1조6000억 지원'을 약속했다.
은행들은 "정부 정책방향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표면적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면에는 현재 진행형인 '인사 리스크'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지주회장과 은행장 교체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다가 자칫 새 수장의 경영 방향에 엇나가는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최대한 몸을 낮추고 향배를 주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금융(053000)·
KB금융(105560)지주 등 지주회장의 거취가 불명확한 일부 금융지주는 회장의 거취에 따라 달라질 인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장 불확실성이 작은 '정부 정책방향과 일치하는 사업'만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말단 직원들까지도 회장과 은행장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이럴 때 괜한 불똥이 튀지 않도록 눈에 띄지 말고 하던 일이나 잘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어 은행마다 사회공헌이나 중소기업 대출 상품 등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사가 확정되지 않아) 신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시기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업무효율화를 꾀할 수 있도록 금융센터 확대 운영 및 영업점팀 개편을 통해 인력운용을 효율적으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 불확실성에 가로 막혀 조직과 팀 개편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은행도 저성장·저금리 시장 환경에 대응, 이자부문에서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비이자부문 등 다양한 수익기반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외환업무부가 송금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해외송금 서비스 시행 등에 나섰을 뿐 대부분은 여전히 이자수익에 기반을 둔 상품출시에 그치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미래를 대비하고 수익창출에 신경써야 할 때"라며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우고 동남아 등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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