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통일의 교두보로서의 의미를 갖는 개성공단이 착공 10년 만에 폐쇄 위기를 맞고 있다.
평소 800~900명 수준이었던 우리측의 개성공단 체류인원은 실무처리를 위해 남은 7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철수했다. 현재 남아있는 이들도 북측과 급여문제 등을 해결하는대로 철수할 예정이어서 개성공단의 모든 기능은 사실상 이미 정지된 상태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했던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유지됐던 개성공단 존립 문제가 박근혜 정부 들어 현실화됨에 따라 한반도 안보위기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정부는 여전히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북한 길들이기'가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원칙대응 고수할듯..공은 북한으로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면서 원칙대응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사태가 악화된 이후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개성공단을 놓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북한에 휘둘리지 않고 북측의 태도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운명이 촌각을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측의 전술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개성공단이 6월까지 재가동되지 않으면 (남북 화해는)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개성공단 폐쇄의 열쇠는 북한으로 넘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먼저 대화제안이나 협상을 시도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완전히 끝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군사훈련 종료..대화모색 돌파구 찾나
개성공단 운영중단과 남측 인원 철수가 '제2의 금강산 사태'로 비화될 것이란 우려가 큰 가운데 한반도 위기는 30일 끝나는 한미독수리연습 훈련 이후 새로운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그동안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한미군사훈련을 거론하며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여왔던 만큼 훈련 중단이 양측의 대결구도를 완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안할 예정인 '동북아국가간 다자협력방안(서울 프로세스)'에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역시 북한과의 대화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북한에 대화의 장은 열려있다고 했고, 당국간 회담 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북한의 책임있는 당국이 남측의 회담제의에 응한다면 끝나는 문제"라고 말했다.
남북간의 대결구도가 여전하지만 점차 대화국면이 조성되면서 개성공단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서상민 전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개성공단 파국은 남한은 물론 북한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양측이 잘 알고 있다"며 "이 문제를 풀어가면서 남북한 간에 새로운 형태의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면 남북교류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다.
그는 "북한은 남측 재산몰수 등 극단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 정부도 초기에 밝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화를 모색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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