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상암동 한 아파트(전용 109㎡)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신모씨는 집주인의 재전입 요구를 들어줬다 전세보증금 2억7000만원을 모두 날릴 위기에 처했다.
전입을 뺀 사이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이를 제때 상환하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신씨는 '은행 대출이 어려우니 일주일만 전입을 빼달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것을 땅을치며 후회하고 있다.
◇신모씨의 재전입 사례. 신씨가 전출한 사이 집주인이 한 생명보험사로부터 대출을 받았다.(자료:대법원 법원경매정보)
경매에 부쳐진 주택 세입자들이 임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임차보증금 지키는 방법'은 임차인들의 필수 상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재전입으로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주민등록을 일시적으로 이전해 재전입하면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할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해 피해를 보는 입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해도 임대차 시장에서 '을'일 수밖에 없는 세입자가 '갑'인 집주인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
◇상암동의 한 아파트 전경(사진:대법원 법원경매정보)
'대항력'과 '우선 변제권'은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에도 보증금을 지켜주는 안전장치다.
경매 시 기준등기가 되는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대항력을 갖게 된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계약 기간 동안 쫓겨나지 않고 계속 거주할 수 있고 정해진 기간 내에 배당신청을 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말소기준권리는 근저당권, 가압류, 담보가등기, 경매개시결정등기 등 4가지로, 이 중 가장 앞선 것이 기준권리가 된다. 이후 권리는 소멸돼 보호받지 못한다.
따라서 세입자가 전입을 뺀 사이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게 되면 세입자의 권리는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혹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면 낙찰 금액에서 은행이 우선 채권을 회수하므로 보증금 손해가 불가피하다.
대부분의 경매 낙찰가가 급매가보다도 낮게 결정되기 때문에 후순위로 밀린 세입자들은 큰 기대를 갖기 어렵다.
집주인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보증금을 깎아주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재전입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위험에 노출된 세입자들을 위해 소액임차인 보호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보호 범위는 넓지 않다. 예를 들어 2010년 7월 이후 서울에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면 보증금이 7500만원 이하일 경우만 '소액임차인'으로 인정되고 이 중 2500만원만 보호받을 수 있다.
김병곤 법무사는 "실효성 비판을 받아 온 소액임차인 제도로는 보증금을 구제받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세입자 스스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채권회수 가능성을 철저히 분석해 대출을 해주듯 세입자도 경매 시 보증금 보호 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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