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전월세상한제가 주택시장을 살릴수 있을까?
전셋값 폭등 가능성.."차라리 사자" 유도?
2013-06-05 18:23:53 2013-06-05 18:26:49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동전의 이면이 있듯 한가지 결론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일들도 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죠. 위치를 자꾸 바꿔 바라보면 숨겨진 진실과 마주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고요. '부동산퍼즐'은 시간의 한켠에,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하나 둘씩 퍼진 부동산의 숨은 조각들을 모아 진실은 진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풀어가며 재미있게 맞춰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합니다.  매주 한차례씩 찾아뵙겠습니다. 
 
 
정치권이 주택 매매시장을 살리기를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석은 시장 맘이지만요.
 
'전월세상한가제'. 
 
일단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로 포장돼 있지만, 실은 꽉 막힌 주택 거래시장을 뚫어줄 묘수라고 봐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전월세상한제가 '신의 한수'가 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월세상한제는 간단히 말하자면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보증금 및 월세의 인상률을 법으로 제한하고 임대차 계약 갱신권을 통해 거주 기간을 보장해준다'는 제도입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6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다양한 도구를 끄집어 내 손을 보고 있습니다. 보장거주기간을 4~6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폭을 연간 5~10%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데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전월세상한제가 통과된다면 오히려 전셋값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지난해 전월세 상한제이야기가 한참 논란이 될때부터 항상 따라다니는 이야기 입니다.
 
기존 1년이었던 임대차보호법은 1989년 12월 2년으로 연장됐습니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한다고 도입한 법안이지만 놀랍게도(?) 효과는 전혀 없었죠. 그해 전국 평균 전셋값이 무려 22.3%나 뛰었으니 말입니다. 외환위기 직후 주택시장이 붕괴된 1999년 26.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었답니다.
 
전세값을 인상시킬 수 없게 되자 집주인이 법 시행 전 향후 인상분을 선반영시키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나온 결과였습니다.
 
불과 2년 전에도 유사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2011년 6월 전세난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기, 당시 경기 광교신도시는 한양 수자인 214가구를 시작으로 그해에만 모두 2568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경부축 전세난을 진정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아주 높았습니다만, 효과가 있었을까요? 광교 전세값은 입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엄청난 속도로 올랐고, 현재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입주초기라 물건이 쏟아지고 기반시설도 부족해 전세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란 상식 수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죠. 한달 사이 수천만원씩 상승했다고 하니, 당장 전세가 급한 저까지 절로 혀가 끌끌 차지네요.
 
이렇게 전세가 껑충한 이유는 바로 전월세상한제가 거론됐기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정치권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었죠.
 
방법의 차이는 있었지만 여·야 모두 전월세상한제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자 집주인들이 이번에도 묘수를 꺼내들었죠. 전셋값을 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차라리 사고 말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미 집값과 상당히 가까워진 전셋값. 여기서 또 한번 폭등한다면 집값과 전셋값과의 차이는 역대 최소치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주택 매매·거래 관계자들이 기대하는 부분이 바로 이부분, '전셋값 폭등' 이라는 것입니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3.5%. 10년 전인 2003년 5월 63.7% 이후 가장 높습니다. 서울은 56.4%로 2002년 10월 57.6% 이래 최고수준입니다.
 
역대 전국 최고치는 2001년 10월 69.5%, 서울은 2001년 9월 64.6%입니다. 만약 전월세상한제가 실시될 경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수도 있겠습니다.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지방에서는 이미 집값보다 비싼 전셋집이 나오고 있습니다. 집값이 높은 수도권에서도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세입자들은 이처럼 급등하는 전셋값을 따라갈 여력이 없고, 집값 수준까지 올라선 전셋값을 따라갈 이유도 없어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잔인하지만, 꼭 내집 마련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매매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라는 것이죠.
 
현장에서는 "서울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을 제외하고는 주택 공급이 많지 않고 강남에서는 임대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말합니다. 또 "정부는 4.1부동산대책을 통해 공공분양을 대폭 줄여 수급 조정에 나선 상황이어서 향후 주택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죠.
 
한번 오른 전셋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은 현실에서 전월세상한제로 또 전셋값이 오르면, 이게 바로 매매 활성화를 위한 특급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니죠.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된다면 많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 수익으로 확보하고, 만일 월세를 연체할 경우 여지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등 임대인 우위의 권리를 확보, 행사하기 위해서입니다. 저금리 시대는 이같은 월세 전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만일 월세 전환이 가속화된다면 세입자들의 고민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죠. 대출을 얻어 은행에 이자를 내는 것과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 매월 지출을 피할 수 없다면 마지막에 주택의 소유권이 넘어오는 주택대출을 선택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각종 부동산대책에도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주택시장. 아마도 이를 해결해줄, 방석 밑 숨겨진 퍼즐 조각 중 하나는 바로 전월세상한제가 아니겠냐는 전망이 시장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습니다.
 
매매 활성화,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겁없이 오르는 전셋값을 묶어, 세입자들의 주거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다가 결국 세입자들이 원치 않는 집을 떠안게 되고, 집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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