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비싼 것은 비싼 값을 한다."
흔히들 고가 제품을 살 때 하는 말이다.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제품뿐만 아니라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까지 함께 구매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결정한다.
프리미엄 제품은 제조원가와 상관없이 소수의 한정된 사람들만이 구매할 수 있다는 이미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 이미지를 사기 위해 비싼 가격에도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현재 눈앞에 펼쳐진 차세대 TV 시장도 마찬가지다. TV 한 대에 수천만원을 호가함에도 일부 특정 사람들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한 고가의 제품을 주저없이(?) 산다. '프리미엄 마케팅'이 새로운 어젠다로 부상한 이유다.
TV시장의 양대산맥인
LG전자(066570)와
삼성전자(005930)는 각각 84인치, 85인치 '울트라 HD(UHD) TV'를 시장에 내놨다. 먼저 출시한 LG전자가 2500만원에 해당 제품을 내놓은 데 반해 올 초 뒤늦게 제품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4000만원을 책정했다. 단 1인치 차이에 가격 격차는 무려 1500만원이다.
세계 TV시장을 독주하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가 가격 상승을 이끈 부분이 있다 쳐도 큰 틀에서는 같은 화질의 UHD TV가 불과 1인치 크기 차이로 인해 1500만원씩이나 가격대가 벌어진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는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LG전자도 65인치, 55인치 UHD TV를 출시하면서 삼성전자의 동일한 제품보다 100~200만원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다. 이번에는 LG전자가 프리미엄을 내세워 가격을 올려 받은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 같은 제조사들의 가격 책정 기준을 알 수가 없다. 별 차이가 없음에도 어떤 모델은 삼성전자가, 어떤 모델은 LG전자가 비싸다면 의구심은 더 커진다. 물론 양사 간 지나친 경쟁심에 휩싸여, 가격에 프리미엄이 아닌 자존심을 더한 것으로 보는 똑똑한(?) 일부 소비자들도 있다.
출시를 뒤늦게 하고서도 가격은 올리고, 또 이를 되받아치는 듯한 모양새로 다시 가격을 경쟁사 대비 올리는, 마치 고무줄 같은 가격에 소비자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물론 일반인들은 구매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접근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프리미엄' 가격대다.
뿐만이 아니다. 양사의 자존심 싸움이 더해진 고가 전략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위화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가뜩이나 민생이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형차 한 대와 맞먹는 가격(1500만원)을 기꺼이 지불하는 선택 받은 이들에게 무엇을 느낄지, 그들의 눈에 비친 오늘날 우리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설명하기조차 난감하다.
'자존심'이 아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을 보고 싶다. 그리고 제품은 이보다 더한 진정한 의미의 '프리미엄'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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