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해체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도 금융위원회가 조직 확대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 설치, 주가조작 조사전담부서 신설, 만료가 되는 금융위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 사무국 연장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금융감독원과 업무가 중복되는 부서 신설이어서 자리 만들기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 적체 심화..내달까지 2개조직 신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 2급 국장 2명, 국장 승진을 대기하고 있는 3급 과장 1명이 보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홍영만 상임위원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내정이 돼 있었지만 당시 청와대의 반대로 인사가 틀어지면서 금융위원회 인사 적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이달중에 설치될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을 통해 대기중인 국장이 보직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며, 남은 국장은 현재 공석인 기획조정관 자리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은 소비자 관점에서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전면조사하는 업무를 맡아 금융상품 약관, 금융수수료 부과체계, 불공정 금융거래 관행 등을 중점 점검하게 된다.
하지만 주요 점검과제는 금감원에서 이미 해오고 있어 업무 중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가조작 조사전담부서도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공무원을 두고 강제 조사권을 활용해 발빠르게 주가조작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
금융위는 조사전담부서 신설에 대해 금감원 직원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조사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금감원에 40명을 추가 배치한 주가조작 관련 특별조사국이 내달초에 신설되고 금융위 파견 직원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금융위의 전담부서 신설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이와함께 이미 기능을 다한 공적자금위원회 사무국의 재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1국 2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자위 사무국은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따라 2009년 8월 설치돼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지난해 8월이 시한 만료 예정이었지만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우리금융민영화 방안을 내놓지 못한 이유 등을 들어 1년간 연장이 됐다.
하지만 올 2월 부실채권정리기금 청산과 6월 우리금융민영화 방안을 발표해 실질적으로 공자위 사무국의 기능은 다했다.
사실상 우리금융 민영화 업무만 남아 단일 팀으로 축소해도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안정행정부 관계자는 “(주요 업무가 정리 돼 기능을 다한 것은) 맞는 이야기”라며 “공자위 사무국의 업무가 있어 언제까지 만료한다는 것을 특정지어 이야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행부와 금융위간 협의를 통해 내주초에 공자위 사무국의 만료 시한을 1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 매년 10억원대 확충..‘금융부’ 기대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 통합해 금융위 설립.
이같은 규모 확대로 금융위 조직은 점차 비대해지고 있다.
금융위 인원은 2008년 209명에서 2013년 3월 257명으로 늘어났고, 인건비는 2008년 142억원에서 2010년 150억원, 2011년 163억원, 2012년 170억원, 2013년 18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금융정책기능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할 금융위가 금감원의 금융감독기능까지 확대를 꾀하고 있어 비효율적인 업무중복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최근 학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금융위 해체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위의 산업정책업무는 기획재정부로, 감독정책업무는 금감원으로 이관해 금융정책업무의 효율성과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금융위는 조직을 계속 키워 금융부로 만들고 싶어한다”며 “금융위 조직이 커지는 것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관치금융이 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윤 교수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기재부에서 금융정책국을 떼어와 금융위 조직을 만든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며 “관은 큰 테두리를 정하고 규율을 정해주는 역할을 해야 시장이 정치권과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 및 금융권에서는 지금이라도 금융위가 권한 확대보다는 국내 금융시장 발전과 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볼 시기라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금융위는 권한 확대와 자리 보전을 위해 조직을 기형적으로 키워오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과거 보다 커져 금융감독 조직의 확대는 일정부분 필요하지만 조직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금융시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더욱 생각해볼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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