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저축은행과 서로 짜고 차명으로 대출받은 뒤 저축은행이 파산해 채권이 파산관재인에게 넘어간 경우 변제기 연장 등 계약변경사실을 몰랐다면 그 대출채무를 연대보증한 사람은 채무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이와 유사한 경우 파산관재인을 민법상 통정허위표시에 따른 선의의 제3자로 보고 연대보증인에게까지 대출채무자와 동일하게 채무변제 책임을 지웠던 종전의 법원의 태도와 다른 해석이어서 주목된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강회)는 지인의 부탁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J사의 명의를 빌려줘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연대보증을 선 김모씨(50)가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김씨의 연대보증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대출 약정은 저축은행장 양해 하에 J사의 명의만을 빌린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므로 J사가 허위의 대출거래 외관을 만들어낸 것을 선의의 제3자인 예금보험공사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예금보험공사 역시 저축은행이 허위 대출거래 외관에 기초해 허위의 변제기 연장의 외관 등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해 칙임을 지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에서 저축은행은 결산을 앞두고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J사 명의의 대출계좌에 스스로 돈을 이체해 대출 연체상태를 해소시킴으로써 실질적으로 그 채무를 재취급하거나 변제기를 연장했다"며 "변제기 연장 등에 김씨가 동의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대출거래약정 등에 비춰 김씨는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며 김씨와 같이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J사의 청구는 "예금보험공사는 민법상 보호되는 선의의 제3자이므로 J사의 면책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김씨는 2008년 4월 후배를 통해 윤모씨를 소개받으면서 "윤씨가 신용불량자인데 보해저축은행과 얘기가 다 되어 있으니 J사의 명의로 20억원을 대출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윤씨와 보해저축은행장과의 친분을 확인한 김씨는 같은해 6월까지를 여신기간으로 정한 대출계약을 J사 이름으로 약정한 뒤 20억원을 대출받고 자신은 그 대출채무에 연대보증을 섰다.
이후 김씨와 J사 대신 윤씨가 대출받은 돈을 인출해 사용해 왔는데, 보해저축은행이 거래정지 후 2012년 3월 파산하면서 파산관재인을 맡은 예금보험공사가 J사와 함께 연대보증인인 김씨를 상대로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자 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에서 김씨의 대리를 맡은 심주엽 변호사(법무법인 화인)는 "그동안 허위표시에 관한 제3자 법리에 막혀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의 배임행위의 피해자들인 다수의 연대보증인에 대한 구제책이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법원이 연대보증인과의 관계에서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관리책임을 엄격히 요구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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