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노인지킴이' 최무남 할아버지(72세)는 항상 발걸음이 바쁘다. 최 할아버지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집 앞에 다다르니 신광균 할아버지(82세)가 기다리고 계신다.
"다리 편찮으신건 좀 어떠세요"로 시작된 대화는 30분 넘게 쉼 없이 이어진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신광균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골목골목 따라가니 박순초 할머니(79세)의 작은 보금자리가 나왔다.
"덥다고 옆집 아저씨가 고물상에서 주워다 저거(벽걸이 선풍기) 달아줬어. 이제 좀 살만해..."
◇노인지킴이 최무남(사진 왼쪽)씨가 박순초(79세)씨 댁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서지명 기자)
◇독거노인 건강·생활 전반 살펴
최무남 할아버지는 '노인지킴이'다. 그 또한 법적연령 65세를 넘어선 이른바 공식적인 노인이지만 몸이 불편하시거나 어려운 형편에 있는 독거노인들을 돌본다.
최 할아버지가 돌보고 있는 노인은 12명이다. 그가 꺼낸 목록을 살펴보니 이름과 연락처, 주소 외에 초기 치매 증상, 부엌 근처 벽 곰팡이로 도배시급, 거동 불편 등 간단한 특징이 적혀 있다.
그는 2주일에 한 번 꼴로 들러 어르신들이 편찮으신 곳은 없는지, 식사는 잘 하시는지, 집에 곰팡이가 피어 도배를 할 곳은 없는지, 물이 새거나 수리할 곳은 없는지 등 어르신의 건강과 생활 전반에 대해 살핀다.
노인지킴이들은 댁을 방문하면 최소 30분에서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눈다. 기다리고 있는 다른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바쁘지만 오랜만에 찾아오는 손님이 반가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내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신 할아버지는 "항상 이것저것 잘 챙겨주고 인간적으로 잘해주는 데다 나이가 또래다 보니 부담도 없고 반갑다"고 말했다.
최 할아버지는 "언제나 반겨주시는 어르신들 생각하면 오히려 더 감사하다"며 "비슷한 연령대에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공감대도 많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 65세 이상 기초노령연금 수급자..기본 소양 갖춰야
'노인지킴이'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로 노(老)-노(老) 케어의 일종이다.
한 달에 40시간을 근무하고 20만원을 받는다. 활동시간은 개인 스케줄에 맞춰서 조정할 수 있는데, 대개는 격일제로 하루에 3~4시간씩 근무한다. 지역별로 구역을 나누다 보니 돌봐야 하는 어르신 수는 대중없는데 12~20명 선이다.
노인지킴이는 만 65세 이상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면 신청할 수 있다.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있는지 기본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르신들을 돌보고 나면 간단한 일지를 써야하기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한 간단한 문서작성 능력은 필수다. 집 안에 수리할 곳이 있다면 그 곳을 찍어 일지와 함께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휴대폰 카메라를 사용하거나 문자도 보낼줄도 알아야 한다.
현재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에는 11명의 노인지킴이가 활동 중이다.
소유경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노인지킴이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해 주신다"며 "노인지킴이들이나 돌봄을 받으시는 분들 모두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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