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재승인, '무조건 통과'에서 분위기 변화
"심사 기준 강화" 목소리 높아져
2013-09-03 19:11:54 2013-09-03 19:15:20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재승인 심사안 결정을 하루 앞둔 가운데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종편 재승인 결과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방통위는 물론, 종편 방송사업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입장이 나타나고 있는 것.
 
 
3일 방통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방통위 내부에서 종편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입장과 '이번에 문제점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지난 2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MBC '여성토론 위드'에 출연해 "종편에 시간을 좀 더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최근 4개 종편의 시청률이 1%대를 기록하고 있고 여론 다양성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기여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종편에 대한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아직 방송 시작 단계라 어려움이 있다"며 "새로 시작하는 산업이고 유료방송이기 때문에 규제가 조금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규제·감독 기관의 장이 종편을 일방적으로 두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방송 업계에서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특정 사업자가 퇴출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종편이 이미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했지만 방송을 개시한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탈락할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사업자들이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했는데 이제 와서 사업을 접으라고 하면 타격이 엄청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만 상임위원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의견도 나온다.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종편들은 재승인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공약해놓고 이제와 사업자가 과다선정돼 힘들다고 불편하는 것은 자기들의 귀책사유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문석 상임위원도 "일부 종편이 2년이 다 돼도록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행위"라며 "이는 매우 악질적인 행위이며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의 의견이 재승인 심사 기준은 물론이고 결과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방통위 조직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귀띔했다.
 
종편 사업자들 역시 4개 방송사가 계속 생존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눈치다. 종편이 지나치게 많이 선정돼 경쟁이 심해진 탓이다.
 
TV조선의 경우 방통위에 투자 계획 미비에 대한 해명으로 '종편 사업자 4개 선정'을 들기도 했다.
 
각계에서도 종편 재승인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또 심사 후 기준에 못미친 사업자는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날인 2일 종편·보도 채널 재승인 심사 연구반이 발표한 최종 심사안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과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 항목을 핵심 심사항목으로 선정하고 그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핵심 심사항목 미달에 대한 제재로는 '조건부 재승인'과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이 함께 제시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 등으로 구성된 종편·보도 채널 승인 검증단은 "지난 2010년 사업자 선정 당시 승인 심사 기준에서 계량평가 항목이 타 사업자에 비해 낮았다"며 "납입자본금과 주주 구성 등 재무적 평가 등에서 일부 종편과 보도채널의 경우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증단은 "재승인 심사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며 "공정성 시비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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