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8.28전월세 종합대책의 핵심 내용인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세귀족층'과 '전세난민층'으로 세입자 양극화가 심화되고 대출로 전세금을 조달하는 세입자의 신용위험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6일 발표한 '전세시장 분석과 정책방향' 보고서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전세가 상승 현황을 진단하고 최근 전세시장의 특징을 분석, 정리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 2억7977만원, 12개월 연속 상승세
2013년 8월 현재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1억5780만원으로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서울 평균 전세가는 2억7977만원으로 3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1억9715만원, 1억1684만원으로 조사됐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전국 평균 67.4%로 증가세다. 지역별로는 5대 광역시(광주, 부산, 대구, 대전, 울산)가 67.9%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지방(62.2%), 수도권(59.4%) 순이었다. 서울은 58.2%로 조사됐다.
◇지역별 평균 아파트 전세가(왼쪽)와 평균 전세가율(오른쪽)(자료=한국감정원)
3억원대 전세값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점도 특징이다. 올해 초 대비 8월 전세금액대별 증감률을 조사한 결과 3억~4억원대 상승률이 4.36%로 가장 높았다.
◇전세 '귀족'과 '난민'..세입자 양극화 심화
최근 전세시장 구조가 더욱 불안정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전세시장의 특징을 ▲주택금융 발전 ▲세입자 양극화 ▲세입자 신용위험 증가로 꼽았다.
우선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주택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다. 주택자금을 조달하기도 더 수월해졌다.
금융규제 시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 초반까지 금융기관의 시장금리는 13~15% 수준에 머물러 었지만 올 8월 현재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73% 수준이다. 총액은 405조원 규모로 GDP(국내총생산)의 31.9%에 달하고 있다.
또한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전세 세입자는 '전세귀족층'과 '전세난민'으로 양분되고 있다.
'전세귀족'은 통상 보증금 6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계층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웬만한 집을 구매할 능력이 있지만 거래비용, 유지보수비, 세금을 절감하는 한편 집값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전세를 고집한다. 올 7월 현재 전체 전세가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세난민'은 깡통주택(담보대출과 보증금을 합해 집값의 70%를 넘는 주택) 세입자와 대출로 보증금을 조달해 이자부담이 큰 세입자를 의미한다. 재계약 시 보증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어 2년에 한번씩 거주지를 옮겨다녀 '난민'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경매 10건 중 8건은 세입자 보증금 날려
박 연구위원은 대출로 전세금을 조달하는 이들 계층의 신용위험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6월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건수는 71만건으로 지난해 보다 22.8% 증가했으며 잔액은 25조5000억원으로 12.9% 늘었다.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4조9000억원으로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0.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매에 부쳐지는 집도 속출하고 있어 세입자들이 파산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금을 되찾지 못한 가구는 지난 2010년 5422가구에서 2011년 6209가구, 2012년 7819가구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건수(왼쪽)와 경매 보증금 미회수 현황(오른쪽)(자료=한국감정원)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비율은 올 현재 79.4%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매 10건 중 8건은 세입자가 보증금 일부 또는 전부를 날리는 셈이다.
이처럼 세입자들의 주택자금 예산이 부족한데다 추가 전세금 대출 여력이 크지 않아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감정원은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무조건 전세공급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월세시장이 확대되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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