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유독가스에 노출된 환경에서 수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지 30년이 지난 후 숨을 거둔 원진레이온 출신 노동자의 사망을 법원이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재판장 문준필)는 권모씨(42) 등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인은 약 8년간 원진레이온에서 근무하며 독성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이황화탄소중독증 등으로 약 10년간 치료를 받았다"며 "이 병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환자의 면역능력을 계속 저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황화탄소중독증 환자는 면역력이 저하돼 정상인보다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병이 고인의 사망 원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모씨는 1974년부터 8년여간 원진레이온에서 근무하고 퇴직한 지 약 30년이 지난 2011년 뇌진탕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직접적인 사인은 패혈증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2001년 원진레이온에서 근무 당시 독성물질에 노출된 점이 인정돼 이황화탄소중독증 진단을 받았었다. 이에 권씨 등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원진레이온은 1964년 설립한 인견사(실의 일종)를 생산한 업체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에 종사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이황화탄소 등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 회사에서 6년 간 근무하고 퇴사한 김봉환씨는 지난 1990년 이황화탄소중독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산업재해를 신청했으나, 인정받지 못하고 이듬해 정신분열 증세로 사망했다.
김씨의 사망은 노동자들과 시민단체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대규모 시위가 뒤따랐고, 노동부는 1991년 이황산화탄소증 등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회사는 1993년 문을 닫았다. 그때까지 신체부위 마비와 언어장애, 기억력 감퇴 등의 직업병 판정을 받은 이 회사 출신 노동자는 300명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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