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불량률 0%대 비결은 자동화 공정
재료 선정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 관리.."프리미엄 가격은 품질관리 덕"
2013-09-16 16:50:06 2013-09-16 17:46:01
[사이버자야(말레이시아)=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州) 사이버자야 산업단지의 한화큐셀 공장.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11개국 747명의 인력이 근무 중인 공장 1층 생산라인으로 들어서자 사람의 흔적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차 한대 크기의 자동검사기에서 '착, 착, 착' 기계음 소리만 끊임없이 이어졌다. 광학 장비가 장착된 자동검사기는 웨이퍼의 크기와 두께는 물론 눈으로 보기 힘든 미세한 균열까지 파악해 분류했다. 불과 1.2초만의 일이었다.
 
셀 제조에 앞서 육안으로 일일이 웨이퍼 불량을 검사하는 기존 제조공장과 사뭇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이병천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세일즈&오퍼레이션 플레닝 파트 매니저는 "웨이퍼 표면의 미세한 균열은 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광학 장비는 눈으로 보기 힘든 미세한 균열까지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원료(웨이퍼) 투입 전 불량을 원천 차단할 목적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1층의 웨이퍼 자동검사기(사진=양지윤 기자)
 
◇전 단계 자동화 공정 도입..웨이퍼 충격 최소화
 
1층에서 입고 검사를 마친 웨이퍼는 2층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셀 제조 공정이 시작된다. 여러 단계에 걸쳐 웨이퍼를 가공해 전력 공급이 가능한 셀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곳 역시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자기부상열차를 축소한 듯한 캐리어가 천장에 연결된 레일을 따라 쉴 새 없이 이동하고 있었다. 캐리어는 1대당 200장의 웨이퍼를 싣고 나른다. 사람이 카트를 이용해 직접 웨이퍼를 옮기는 경쟁 업체와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이 매니저는 "웨이퍼는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가급적 사람의 손이 덜 닿는 게 좋다"면서 "우리 공장에선 웨이퍼의 포장을 벗겨 자동 검사기에 투입하는 과정만 사람의 손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셀 제조 자동화, '리스크' 아닌 '경쟁력' 확보 입증
 
셀 제조업체 가운데 자동화 공정을 도입한 곳은 한화큐셀이 최초다.
 
한화큐셀의 전신인 독일 큐셀은 지난 2008년 말레이시아 공장 건설에 착수, 2009년 9월 자동화 설비를 이용해 태양전지 셀 생산에 돌입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 업체들과 맞서기 위해선 원가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라 판단한 때문이다.
 
문제는 독일 큐셀의 투자 시점이었다. 태양광 업계의 삼성전자로 통하던 큐셀은 태양광 업황이 정점을 찍고 숨을 고르던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자동화 설비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공급과잉에 발목이 잡힌 업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업황 침체에 따른 적자 누적과 막대한 투자비를 견디다 못한 큐셀은 결국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시장의 매물로 나왔다. 태양광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한화그룹엔 도약의 발판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한화큐셀 공장 천장에 설치된 캐리어. 이 레일을 따라 제품이 각 제조공정으로 옮겨진다.(사진=양지윤 기자)
 
업계에선 자동화 공정에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공정인 탓에 "수율이 낮고, 리스크가 클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자동화 설비는 기존 셀 제조 생산라인에 비해 생산 효율성이 더욱 높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
 
제조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존 셀 제조 공장은 전체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작업 라인이 일렬로 쭉 늘어선 탓에 다음 제조 공정만 따로 가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자동화 공장은 각 생산라인의 개별 제어가 가능하다. 생산 능력은 물론 생산 사이클에서도 효율성이 발휘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웨이퍼가 공정에 투입하는 순간부터 한 장 한 장 품질 추적관리가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은 업계 최저 수준의 불량률(0.0025%)을 자랑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한화큐셀이 생산한 태양전지 셀에는 제품의 생애가 오롯이 기록돼 있다. 셀에 모든 공정에 대한 정보를 담아 역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원인을 파악한 뒤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품질관리 만전, 시장 반응도 긍정적..中 업체보다 10센트 프리미엄 
 
재료인 웨이퍼를 엄선하는 것은 물론 각 제조 과정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등 품질에 만전을 기하자 시장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태양전지 셀은 경쟁사에 비해 10센트 가량 프리미엄이 붙는다.
 
중국산 셀로 만든 모듈이 1킬로와트당 0.6~0.7달러를 받을 때 한화큐셀의 셀을 사용한 모듈은 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는 얘기다.
 
이 같은 가격 프리미엄은 특히 브랜드 파워와 제품의 질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일본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류성주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장(상무)은 "물류자동화를 포함한 전 자동화 공정과 웨이퍼 추적 관리를 통해 최고의 품질 및 최상의 가동력을 달성하고 있다"면서 "한화 솔라원과 협업하는 글로벌 소싱 구축 및 운영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전경.(사진=한화큐셀 제공)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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