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법원이 17일 동양그룹 및 계열사의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동양매직이 한시름 놓게 됐다. 회생 계획안이 마련되고 인가가 내려지면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동양매직 매각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모그룹 사태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동양매직 내부적으로는 사업에 집중하며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는다는 모습이다.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될 경우 모기업 리스크에서 벗어나 승승장구하고 있는
코웨이(021240)의 영광을 재현할 수도 있다. 동양매직 역시 표면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속내는 기대로 가득차 있다.
이런 가운데 동양매직은 지난 9월 매출액 255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고의 월간 경영성과를 냈다. 지난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5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어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 영업이익(180억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에는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에 성공, 유동성도 확보했다고 동양매직 관계자는 전했다.
정수기와 가전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국내에서 가장 슬림한 사이즈(175mm)의 '나노미니(사진)' 정수기를 출시했고, 올 연말까지 식기세척기를 비롯해 4~5개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9월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3에서는 현장에서만 300만달러를 수주했다. 이를 포함해 연말까지 500~600만달러의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대내외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동양매직 지분 100%를 보유해온 ㈜동양이 지난달 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자산이 동결됐다. 이에 따라 동양매직 인수를 추진해온 KTB PE컨소시엄의 인수절차가 전면 중단됐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매각작업이 재개되겠지만 KTB PE가 다시 인수의사를 밝혀올지, 새로운 인수자가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다만 동양매직으로서는 법정관리 하에서 인수작업이 재개돼 그룹 구조조정 시기보다 안정적 환경에서 가격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규직 직원의 이탈이 없다는 점과 꾸준한 실적이 나오는 안정적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은 매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동양매직의 경우 코웨이와 너무도 닮았다. 모기업 '동양'과 '웅진'이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면서 그룹이 해체, 법정관리로 치달았고 이로 인한 리스크는 동양매직과 코웨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회생 과정도 비슷하게 전개될 수 있다. 코웨이는 지난해 웅진그룹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지만 지난 2분기(K-IFRS 개별 기준) 사상 최대 매출액(4969억원)과 영업이익(794억원)을 거두면서 '성공적인 독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그룹의 리스크로부터 벗어나면서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 동양매직이 웅진그룹에서 분리돼 '잘' 나가는 코웨이의 모습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유다.
동양매직은 국내 대표적인 생활가전업체로서의 입지를 꾸준하게 다져왔다. 국내 가스레인지 시장을 린나이와 양분하고 있고, 식기 세척기 시장에서는 굳건히 1위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후발주자로 정수기 시장에 진입했지만 일찍이 홈쇼핑 채널로 눈을 돌리면서 3위 자리에도 안착했다.
한편 동양매직이 새로운 주인을 만날 경우 '웅진'이라는 이름을 떼어버린 코웨이처럼 '동양' 이름을 가져갈 지 여부를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코웨이는 웅진 이름을 떼며 악몽에서도 멀어졌다.
특히 동양그룹 및 오너인 현재현 일가의 부도덕한 경영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이미지가 극도로 나빠져 '동양'이라는 이름이 크게 부담스러워진 게 사실이다. 동양매직의 인수주체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평가다.
다만 '동양매직' 이름 자체가 브랜드로 정평나 있어 사명 변경시 정체성이나 인지도 면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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