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 보 라 기자] 앵커: 간신히 만들어 놓은 중소기업 영역에 대기업이 자본을 무기로 발을 들여놓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상생)이 경제민주화 기류 속에 화두로 제시됐지만 생활가전 시장을 노리는 대기업의 행태에 중소기업계는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는데요.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산업부 이보라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중소기업이 각축장을 벌이는 영역에 대기업이 여전히 진입하고 있다면서요. 대표적인 품목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기자 : 네 일단 김치냉장고와 침구청소기, 에어워셔 등을 들 수 있겠는데요. 김치냉장고와 에어워셔는 위니아만도가 처음 출시했고 침구청소기는 중소기업인 부강샘스가 내놨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과 중소 업체들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앵커: 대기업이 들어오면 그래도 시장은 커져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분명 긍정적인 측면은 있습니다. 일단 시장의 '판'이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 마케팅에 힘을 쏟아 이 품목에 대한 홍보가 되서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은 중소기업에게 긍정적입니다. 그러면서 시장도 성장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대기업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방증합니다.
기술경쟁을 촉발하기도 합니다. 위니아만도의 경우 처음에는 뚜껑형의 제품을 내놨지만 삼성, 엘지와 경쟁을 벌이며 스탠드형을 내놓았고, 올 상반기에는 역으로 김치냉장고 기술을 이용한 대형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으로서는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에 대항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대기업의 시장진출, 단점은 무엇입니까?
기자 : 대기업은 막강한 유통채널과 브랜드 인지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손쉽게' 장악합니다. 주변에서 '베스트샵'이나 '디지털프라자' 같은 대기업의 유통채널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중소기업이 홍보와 마케팅,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입소문' 만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것과는 대조됩니다. 대기업의 자본력과 마케팅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입니다.
또 대기업이 지나친 경품 제공과 원가 인하의 덤핑 판매 등 다른 요소를 동원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적정한 가격과 기술에 의한 공정한 경쟁이 아닌 다른 요소를 개입시켜 시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계 관계자들, 매우 속상할 것 같습니다. 차별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시장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속내는 어떻습니까?
기자: 한마디로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키우면 대기업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견제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 대기업과 출혈경쟁을 벌여 살아남을 중소기업은 없습니다.차별화된 기술력을 갖는다해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무한경쟁체제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시장을 이끌기엔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비관론도 나왔습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습니다. 불편해했는데요. 경제민주화 광풍 속에 대중소 간 상생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부상했지만 현실은 중소기업에게 여전히 냉정했습니다.
앵커: 네 국가경제의 근간이고, 산업의 허리라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기를 펴지 못한다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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