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수술시 환자 본인이 아닌 그의 배우자에게만 수술에 대한 사항을 설명했다면, 의사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최환 판사는 수술 당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승낙권을 침해당했고 의료과실로 수술부위가 감염돼 재수술을 받았다며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B씨의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해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최 판사는 그러나 수술부위 감염과 재수술에 대해서는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A씨의 B씨를 상대로 한 청구는 기각했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에 대한 수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원고의 처에게 수술의 방법과 내용,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및 예후를 설명하고 승낙을 받았으나, 원고 본인에게는 그와 같은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게을리 함으로써 수술 여부를 결정할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 판사는 이어 "결국 원고는 수술을 받을지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침해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이고 피고는 원고의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수술의 필요성, 감염의 발생 경위 및 경과 등을 고려해 그 금액은 3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다만 "이같은 설명의무 위반이 원고에 대한 수술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에 이르렀다거나 원고에게 초래된 결과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B씨의 의료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최 판사는 "원고가 피고의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기 전 수술경과가 매우 안정된 상태였다는 점과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 당시 원고의 장해가 피고의 의료상 과실 때문이라는 근거를 찾지 못한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에게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004년경 요추부 추간반 장애 등 허리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오다가 2010년 7월부터 B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뒤 상태가 악화되자 그해 12월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시 B씨는 A씨의 처에게만 수술 방법과 감염 위험성, 예후 등을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아 A씨의 허리를 수술했다.
수술 후 A씨는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으나 2011년 1월 갑자기 허리와 옆구리 통증이 시작되자 다시 B씨의 병원에 입원한 뒤 감염증세가 발견돼 수술 부위를 치료했다. 그러나 통증이 가라앉지 않자 A씨는 울산대병원으로 옮긴 뒤 "수술 당시 과실로 인해 감염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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