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달러·엔 100엔시대..日증시, '승승장구'어디까지
2013-11-18 20:48:03 2013-11-18 20:51:58
[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일본 증시가 엔화 약세에 힘입어 훨훨 날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두 달여 만에 100엔대에 재진입하며, 일본 증시도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만5000선을 뛰어 넘어 6개월만에 최고치를 찍고 순항 중이다.
 
이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엔화 약세가 더 지속돼 일본 증시의 랠리 역시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달러·엔 환율 두 달여만에 100엔선 돌파..닛케이지수도 15000선 '훌쩍'
 
18일 오후 1시36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전일보다 0.01엔(0.01%) 오른(엔화가치 하락) 100.16엔에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지난 9월11일 이후 두 달여 만에 100엔대까지 하락했다.
 
이후 환율이 사흘 째 100엔대를 유지하자 일본 증시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증시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올 한해 40% 가까이 급등했다. 최근 일주일(8~14일) 사이에도 5.6%나 급등했다.
 
외국인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재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1130억달러 가량 유입됐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5월22일 올해 최고치인 1만5627엔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서 6월에는 1만2000대로 떨어졌다.
 
7월부터는 회복세로 다시 돌아섰지만 1만5000선을 뚫지는 못했다.
 
이날 닛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2엔(0.01%) 하락한 1만5164.30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1만5000선에 머물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엔은 더욱더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일본 경제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달러·엔 환율 추이 (자료=로이터통신)
 
◇옐런 훈풍·BOJ 부양 가능성에 엔저 가속화
 
증시상승을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인 엔화 가치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양적완화 유지에 대한 안도감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 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지명자가 양적완화 유지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옐런 지명자는 14일(현지시간)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미국의 실업률이 전례 없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Fed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 정책 중단은 경기 회복세가 더 강해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적완화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뉴욕증시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엔화에 매도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젠스 놀드빅 노무라 매니징 디렉터는 "글로벌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엔 약세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도 엔 약세를 이끌고 있다.
 
일본의 지난 분기 성장률이 둔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BOJ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1.9% 증가했지만 전 분기의 3.8%보다는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이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2.4%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 엔화가 더 떨어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졌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역시 추가 양적완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아소 부총리는 15일 의회 위원회에 참석해 "엔화 흐름이 강세 혹은 약세든 한쪽으로 치우지게 되면 정부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 환율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외환시장 개입 의사를 밝혔다.
 
런던 소재 모건스탠리의 통화 전략가 이안 스태너드는 이에 대해 "일본의 지표 부진으로 부양책이 새롭게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엔화는 이로 인해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한 펀더멘탈에 상승세 지속 vs 미국발 훈풍 끝나면 거품 빠질 것
 
다수의 전문가들은 향후 일본 증시에 대해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엔저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쿤고 호주 뉴질랜드은행 외환 스트래지스트는 "달러·엔 환율은 올 연말에 105엔을 향해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주유키 테라오 알리안츠 수석 투자 이사 역시 "엔화 약세가 올 연말 일본 증시를 지난 5월보다 더 높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엔이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투자자들에게 생기면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에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고 임금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 역시 증시의 추가상승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일본의 27개 수출 대기업 중 14개 기업의 2013년 회계연도(2013년4월~2014년3월) 순익이 당초 예상보다 5%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실적 증가에 최근 일본 대기업들이 2년 만에 처음으로 보너스를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료타 사카가미 SMBC 닛코 시큐리티 수석 스트래지스트는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갈지 여부는 임금 상승과 BOJ가 어느 정도의 부양 정책을 펼칠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아베 총리의 정책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BOJ가 더욱 강력한 부양책을 펼친다면 일본 증시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뜻이다.
 
반면 앞으로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보는 투자자들도 있다.
 
노무라는 지난 14일 향후 일본 증시가 약 20%나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투자자들에게 추가 경기 부양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향후 증시가 급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가 일본증시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테쓰오 세시모 사이손 에셋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현재의 상승세는 바로 반전될 것"이라며, "현재 상승세는 (일본 경제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미국 양적 완화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고야 나카오 솜포 재팬 니폰코아 에셋 투자 매니저도 "현재 일본 증시는 옐렌의 부양책 유지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하락할 확률이 높다"며 "증시는 곧 1만4000선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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