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수천억원의 횡령·조세포탈·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54)이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에 처해졌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법정구속은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용관)는 14일 이 회장의 선고공판에서 특가법상 횡령과 배임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유죄를 인정해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58)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벌금 240억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가 이 회장의 혐의 가운데 유죄로 인정한 부분은 259억9291만여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 718억4700여만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계열사에 392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행위다. 유죄로 인정된 범죄액수는 총 1370억3900여만원이다.
재판부는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은 차명주식을 취득해 다른 다수의 차명주식들과 함께 관리하면서 취득과 양도를 반복했고, 과세관청의 추적을 피하려는 행위를 한 것에 비쳐 조세포탈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관련 조세포탈 혐의 일부는 무죄로 판단하고, "오늘날 SPC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법규가 없고, 조세를 절감하는 여러 방안 중에 SPC를 선택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자유"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603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 혐의에 대해 회사를 위해 마련한 것이고 실제로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는 이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J그룹 재무팀이 8년에 걸쳐 지속적이고, 지능적이며 은밀하게 603억여원을 조성해 관리한 점과 이 회장의 개인금고에서 보관돼 사용된 점, 비자금 액수와 사용 목적을 이 회장이 지시한 점에 비쳐 법인세 포탈의 점을 인정했다.
이 회장이 CJ그룹의 해외 법인을 통해 임원에게 월급을 허위로 지급하는 수법으로 115억900여만원을 횡령한 점도 이 회장의 자백 등에 기초해 유죄가 인정됐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회장이 개인재산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일본에서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계열사인 CJ재팬에 29억5000만엔(한화 약 413억5500만원)의 지급보증을 서도록 지시한 혐의도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양형이유에서 "개인재산을 증식하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범행을 감행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CJ그룹 전체의 발전과 기업 이미지 개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60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범죄는 국가의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범죄"라며 "603억 비자금 조성금액은 불법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커 우리사회에서 반드시 근절해야 하는 점에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명주식을 보유한 점과 조세포탈한 세금을 가산세를 포함해 납부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
신 부사장은 이 회장의 지시와 승인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이고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이 없는 점이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됐다.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도주의 우려가 없고 건강이 악화돼 구속집행정지 중인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변호인인 안정호 변호사를 통해 항소의 뜻을 밝혔다. 안 변호사는 취재진을 만나 "비자금 조성 부분은 무죄를 확신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잘 준비해서 항소심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0억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 됐으나, 한 차례 공소장 변경으로 1657억원에 대한 혐의를 받았다. 신 부사장 등은 이 회장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검찰이 징역 6년에 벌금1100억원을 구형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