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쇼핑몰 '甲질'에 우는 상인들
2014-02-16 09:00:00 2014-02-16 09: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서울 동대문의 한 쇼핑몰에서 옷을 파는 박모씨는 점포임대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몸이 달았다.
 
쇼핑몰에서 실시하는 자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재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입점을 희망하는 상인들이 많아서 순번대로 다시 입점하려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박씨는 상인들의 입점과 퇴점 업무를 맡은 쇼핑몰 측 장모씨(41)를 찾아가 2000만원을 건네며 "계약을 연장해달라"고 청탁했다.
 
장씨를 찾아간 상인은 박씨말고도 더 있었다. '빨리 입점 시켜달라', '더 목이 좋은 위치를 달라'는 등 요구와 함께 작게는 시가 수십만원짜리 양주에서 많게는 3000만원이 오갔다. 1000만원 넘는 고가 의류까지 장씨에게 건너갔다.
 
장씨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상인 31명으로부터 현금과 상품권, 금품 등 합계 5억585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정석)는 장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받은 돈 모두를 추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씨가 다수의 영세 상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해 사적인 이익을 취한 점과 받은 돈의 합계도 5억5850만원으로 거액인 점을 들어 실형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은 금품 수수 후에 자의적으로 입점과 퇴점을 시키는 등 부당한 업무처리까지 실행했다"며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상인들이 장씨에게 돈을 건넨 이유는 쇼핑몰 측이 갖는 권한이 막강한 까닭이다. 입점과 퇴점을 결정할 뿐 아니라, 규정을 어긴 상점의 영업을 정지시켜버릴 수도 있다.
 
동대문의 또 다른 쇼핑몰에서 옷을 파는 이모씨(34·여)는 같은 층에서 일하는 상인의 부정행위를 지적하고, 쇼핑몰 측에 민원을 넣었지만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
 
이씨는 자신이 판매하는 의류와 같은 품목이 다른 상점에서 팔리는 것을 문제 삼았다.  쇼핑몰 관리규약에는 같은 층에서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었다.
 
쇼핑몰 관리단은 중재에 나섰지만 둘 사이의 분쟁이 잦아지지 않자 이씨의 영업형태를 문제삼았다. 상점 간에 품목이 겹칠 경우는 후발주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이씨에게 적용됐다.
 
'상도를 어긴 상인'이 된 이씨는 관리단 측 지적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관리단은 갑자기 이씨의 영업을 정지시켰다. 규정을 위반한 상인에게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쇼핑몰 관리규약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영업정지 처분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위법한 조치로 드러났고, 쇼핑몰 관리인 3명은 이씨의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150만~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이씨는 쇼핑몰 관리인 3명을 상대로 "영업정지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진혜 판사는 "대표위원회 결의 없이 영업정지조치를 집행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쇼핑몰 관리인 3명이 이씨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관리인에게 영업정지조치의 권한을 부여하면 단 1명에 의해 입정상인들의 지위가 결정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긴급한 영업정지조치는 입점상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에 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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