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북한이 최근 잇따라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27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고강도 비판을 쏟아내 이산가족 상봉 이후 훈풍이 불던 남북 관계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박 대통령이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한 것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조평통은 박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발언은 "심히 못된 망발"이었다며 "박근혜가 진실로 북남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아무 말이나 제멋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분별과 이성을 찾고 언사를 삼가는 버릇부터 붙여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조평통은 박 대통령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체르노빌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에 대해서도 "횡설수설했다"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북한이 박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판한 것은 지난 2월 열렸던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과 중상을 중단키로 합의한 것에 위배되는 행보라 박 대통령의 통일 드라이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한독 정상회담을 가진 뒤 "독일은 이미 통일을 넘어 통합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이라며 통일 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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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한국과 독일은 냉전 당시에 분단이란 아픈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도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이라고 화답해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구상에 힘을 보탰다.
메르켈 총리는 "대박이란 말이 나의 느낌도 반영하고 있다. 저 역시 통일의 산물"이라면서 "내가 구동독 시절 어린 시절을 보냈고, 25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모든 사건들이 1700만 구동독 주민의 삶을 변화시켰다"며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북핵 불용에 대해서도 교감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양국은 북핵 불용이란 단호하고 일관된 원칙 위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견인하는 데에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독일은 우리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지지와 환영을 표명했다"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독일은 한반도의 상황이 평화적으로 전개되길 바란다"라면서 "북한의 핵상황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라며 6자회담에 대해서도 지원한다"라고 지원했다.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박 대통령은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門)을 시찰하고,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우리 휴전선도 반드시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등 통일 외교에 힘썼다.
하지만 이러한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집권 2년차에 들어 해빙 기류가 일던 남북 관계에 파열음이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 귀국 이후 전개될 국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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