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26기 정기 주주총회에 금호석유화학의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한 법무법인 화우 이순기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상법상 의결권이 없다." vs. "법률 검토 결과 문제 없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에서 열린 제26기 아시아나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찬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이사 선임안을 비롯해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등 4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로써 박 회장은 4년여 만에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로 복귀, 경영 중심에 서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창립 초기부터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를 역임한 박 회장은 지난 2010년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직후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다른 기업들의 주총과 달리 아시아나항공 주총은 진통을 거듭한 끝에 개최 50분 만에 어렵사리 막을 내렸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지분 12.8%)이자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이 전날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대신 금호가(家) 형제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을 대내외에 명확히 드러낸 자리였다.
주총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부분은 금호산업의 주총 의결권 행사와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었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 주총 개최에 앞서 두 안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상태라 이날 주총에서는 의사결정의 적법성을 따지는데 집중했다.
선공은 금호석화가 먼저 날렸다. 금호석화는 이사회 의장인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인사말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금호산업의 의결권을 문제 삼았다.
금호석화 법률 대리인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은 상호주에 해당돼 상법상 의결권이 없다"면서 "금호산업 주식을 발행주식 총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주주들 역시 "금호산업의 의결권이 없다"고 호응하며 "발행주식 수를 명확하게 해줄 것"을 아시아나항공에 요청했다.
그러자 주총장 곳곳에서 찬성과 반대 입장을 밝히는 주주들의 고성이 오갔다. 이에 윤영두 사장은 "안건과 무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발언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발언 시간을 5분내로 제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이 가결된 직후에도 불만을 이어갔다.
금호석화는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음에도 참석 주주들에게 찬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강행했다"며 절차상의 문제 제기와 함께 "어떤 근거로 과반수 찬성이라고 판단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주총장 곳곳에서 또 다시 고함이 터져 나오며 술렁였다. 그러나 윤 사장은 별 다른 동요 없이 주총을 이끌었다.
주총이 끝나자 마자 금호석화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금호석화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소속 이숭기 변호사는 "윤 의장이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표를 정확하게 집계하지 않고 가결시켰다"며 절차상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곧바로 아시아나항공의 공증인을 찾아 공증의 적절성을 문제 삼았다. 금호석화는 공증 결과를 지켜본 뒤 이르면 이날 오후쯤 법원에 주주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다는 방침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주총장이 그룹 간 싸움을 대리하는 장으로 변모하자 자제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주주는 "조용히 가려다가 한마디를 하고 간다"며 "올해는 회사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이익이 많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의결권을 가지고 (두 회사가 대립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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