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퇴직후 재취업한 퇴직공직자에 대한 신고의무 등을 위반한 법무법인(로펌) 13곳이 징계를 받게 됐다.
퇴직공직자를 영입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아 로펌들이 무더기로 징계에 회부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국내 대형로펌이 다수 포함 돼 적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법조윤리협의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김희옥 동국대총장)는 로펌에 취업한 퇴직공직자 119명의 명단 및 업무내역 제출의무 위반 사례 55건을 적발하고 이들이 소속된 로펌 13곳 전원에 대한 징계게시를 대한변협에 신청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윤리협의회 등에 따르면, 퇴직공직자 119명을 전수 점검한 결과 이 가운데 총 13곳에 소속된 44명에 대한 관리 부실이 적발됐다.
총 위반 건수는 55건으로, 이중 명단 제출기한 미준수 사례가 25건(46%)으로 가장 많았으며 보수미기재 사례가 21건(38%), 업무내역 제출기한 미준수 9건(16%) 순이었다.
명단제출기한 미준수 사례 25건의 경우 1년이 넘도록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건수가 7건에 달했으며, 1년이 넘도록 업무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사례도 1건 있었다.
보수미기재 사례에서는 총 21건 가운데 특정 로펌 한 곳이 17건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이 로펌은 올해 대상자 전원에 대한 보수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
명단이나 보수내역 미제출도 문제지만 퇴직공직자가 다른 로펌으로 전직하는 경우 신고의무를 로펌들이 서로 떠넘기는 바람에 관리가 특히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리협의회에 따르면, A로펌에서 근무하던 퇴직공직자가 B로펌으로 전직한 경우에는 A로펌은 업무내역을, B로펌은 명단과 업무내역을 각각 해당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해야 하지만 두 로펌 모두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변호사법 등에 따르면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의무자와 대통령으로 정하는 일정직급 이상의 직위에 재직했던 변호사 아닌 퇴직공직자가 로펌에 취업할 경우 해당 로펌은 지체 없이 그 명단을 로펌의 주사무소가 있는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또 매년 1월 말까지 업무활동내역 등이 포함된 전년도 업무내역서도 제출해야 한다. 지방변호사회는 이를 윤리협의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상당수 로펌들이 이 같은 관련법을 전혀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지 않는 이른바 ‘실무형 전문위원’들의 경우 로펌의 신고의무 위반 사례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펌들은 고위직 출신의 퇴직공직자들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만큼 한창 일할 직급인 5급 공무원들을 ‘전문위원’으로 최근 대량 유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감사원 등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로펌에 근무하기 때문에 ‘사무직원’으로 지방변호사회에 신고해야 하나 ‘전문위원’ 대부분은 5급에 상당하는 공무원 출신으로 재산등록의무가 없기 때문에 실태파악이 어렵다는 것이 윤리협의회의 지적이다.
윤리협의회는 이같은 공백을 막기 우해 변협 등 관계기관과 함께 퇴직공직자에 대한 사무직원 신고규정을 법제화 하는 한편, 고위 퇴직공직자들에 대한 신고 기간 등을 구체화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징계 및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한변협은 이번에 명단을 제출받은 로펌 중 비위정도가 무거운 로펌에 대해서는 관할 지방검찰청장에 수사를 의뢰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뒤 징계할 방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