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오는 6월이면 우리나라에서 사상 최고액권인 5만원권이 선을 뵌다. 이 화폐는 지난 1973년 1만원권이 나온 이래 36년만에 바뀌는 최고액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는 지난4일 이미 5만원 신권 제작에 착수했다.
`곧 시중에 유통될 최고액권은 어떻게 생겼을까. 첫 발행액은 얼마나될까.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고액권에 오를 5만원권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 다음달 중순까지 4억장 인쇄
5만원권은 지폐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크다. 가로 154mm, 세로 68mm로 1만원권과 세로 크기는 같지만 가로는 6mm나 길다. 색상은 5000원권과 비슷한 황색계열이다.
5만원짜리 새 지폐는 다음달 중순까지 모두 4억장이 만들어진다. 액면으로는 20조원 규모다. 화폐 발행규모는 보통 시중에서 3~4개월 정도 유통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을 제작한다.
한국은행은 5만원권 새돈은 한달에 약 5조원 가량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사회적 비용 절감 기대
5만원권 새돈을 발행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액원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생활의 불편 때문이다.
1만원권이 도입된 지난 '73년부터 2009년까지 36년 사이에 국민소득은 무려 150배가 커졌고, 소비자 물가는 12배 상승했다.
매년 3% 정도 물가가 상승한다고 보면 발행한지 10년이 지나면 1만원권의 실질적인 가치는 70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더 많은 지폐를 지갑에 넣어 다녀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이 시중에 유통되면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 우선 지갑에 넣는 지폐 장수가 줄고, 현금입출금기 사용시간도 단축된다. 연간 2800억원에 달하는 10만원 자기앞수표 발행 비용도 줄어들 전망이다.
1만원권의 40% 정도가 5만원권으로 대체되면서 화폐 제조·운송·보관비용도 연간 40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1만원권에 집중된 유통이 5만원권으로 40% 정도는 넘어올 것이란 계산이다.
3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1만원권은 26조원(26억장) 규모다. 5000원권은 1조1000억원(2억장), 1000원권은 1조2000억원(12억장)으로 총 38억장이다.
액면금액으로는 90%, 장수로는 60%가 1만원권이다. 결국 시중에 유통되는 지폐의 대부분은 최고액권인 1만원권이다.
◇ 지폐 제작기간 최소 8주..8단계 공정
지폐 제작에는 최소 8주가 소요된다. 지폐 제작과정은 최첨단 과학의 실험장을 방불케한다. 모두 8단계의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위폐를 막기위한 전쟁, 진짜 화폐로서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 용지제조
최근 제작되는 지폐는 종이뿐만 아니라 명주(실크)나 플라스틱 등으로도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는 100% 면으로 지폐를 만든다. 따라서 지폐(紙幣)보다는 면폐(綿幣)가 정확한 명칭이다.
화폐를 제작하는 한국조폐공사는 한국은행의 주문을 받아 제작에 돌입한다. 이번 5만원권의 경우 400기호를 제작하라는 한은의 주문에 따라 지난 4일 제작에 돌입했다.
기호는 은행권에서 지폐분량을 일컫는 단위로 사용하는데 지폐 100만장이 1기호다. 보통 지폐의 일련번호중 알파벳을 제외한 가운데 100만 단위의 7자리 숫자가 '기호' 단위다.
따라서 400기호면 5만원권 4억장, 액면으로는 20조원 규모다. 전지 한장에 28장의 지폐가 찍히기 때문에 1450여만장의 전지가 필요하다.
최초 단계인 용지제조 과정에서부터 위조방지 장치가 들어 간다. 모두 면(綿)으로 만들어지지만 절대로 사전 제작되지 않는다. 화폐의 특성상 반드시 한국은행의 주문에 의해서만 용지도 제작할 수 있다.
용지제조 공정에서 빛에 비추면 드러나는 숨은 그림이 몽땅 들어간다. 신사임당 초상도 이때 숨겨진다. 초상화 외 다른 숨은 그림도 이 공정에서 곳곳에 숨겨진다.
▲ 평판인쇄 →스크린인쇄→위조방지장치 부착
규격에 맞는 용지가 제조되면 평판인쇄에 들어간다. 평판인쇄는 글자 그대로 돌기를 느낄 수 없는 평평한 부분에 대한 인쇄다. 보통 8~10판 정도까지 제작된다.
5만원권을 나타내는 큰 숫자 '50000'과 신사임당의 묵포도도와 초충도수병 중 가지 그림, 풍죽도 등이 평판인쇄 공정에서 인쇄된다.
스크린 인쇄 공정에서는 본격적으로 컬러가 입혀진다. 평판인쇄 때와는 다른 잉크를 쓴다. 무지개빛 무늬가 인쇄되고, 자외선이나 X선을 비추면 녹색 형광색상이 드러나는 등 형광잉크와 화려한 색상의 잉크는 이 공정에서 모두 처리된다.
위조방지장치부착 공정에서 최첨단 과학이 동원된다.
특수필름으로 된 띠 홀로그램과 입체형 부분 노출 은선이 5만원권에 새로 도입됐다. 띠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태극, 한반도 지도, 4괘의 무늬가 상중하 3곳에 배치됐고, 무늬 사이에는 숫자 '50000'이 들어가 있다. 현미경 없이는 볼 수 없는 미세문자를 새겨 넣기도 한다.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은 청회색 특수필름 띠에 여러 개의 태극무늬가 새겨져 아래위로 움직이면 좌우로, 좌우로 움직이면 아래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5만원권 새돈에는 공개되지 않은 위조방지장치 등 모두 16가지의 위조방지장치가 들어있다.
▲ 앞뒷면 배경인쇄→검사→활판인쇄→단제
지폐 제조공정에서는 앞면보다 뒷면이 먼저 인쇄된다. 뒷면의 월매도와 숫자와 알파벳으로 구성된 '50000 won', 알파벳 'Bank of Korea' 등인 볼록 인쇄된다. 볼록인쇄는 오톨도톨한 돌기를 느낄 수 있는 인쇄기법이다.
뒷면 잉크가 완전히 마른 뒤에야 앞면 인쇄에 들어간다. 시각장애인용 볼록 다섯줄 무늬와 신사임당 초상, 문자로 된 '오만원', '한국은행', '한국은행총재', '총재직인' 등이 인쇄돼 바야흐로 지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단계다.
다음이 검사 공정이다. 인쇄상태, 볼록 인쇄, 위조방지장치 등 돈의 모든 부분을 검사한다. 무결점 상태가 돼야 합격된다. 한 곳이라도 하자가 있으면 폐기된다.
검사에 합격해야만 활판인쇄 공정에 들어가 비로소 지폐로서의 가치를 부여 받는다. 활판인쇄 단계에서 일련번호가 인쇄된다. 일곱자리의 기호단위가 인쇄돼 각 장마다 고유번호가 매겨지는 것이다.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뒤에야 독립한다. 1장의 전지에서 각각 1장의 지폐로 잘리는 것이다. 이 단계가 마지막 공정인 '단제'다. 1장의 전지에 모두 28장의 지폐가 인쇄된다. 전지 1장에 140만원이 인쇄 돼있는 셈이다.
제작이 완료된 지폐는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에 납품하고, 한국은행은 금고에 보관하다가 시중은행에서 요청하면 액면 가치대로 시중은행에 판매한다.
이승윤 한국은행 발권정책팀장은 "1만원권에 비해 고액권이라 수요는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생산물량을 판단해가며 제조가 모두 완료된 이후 5월쯤 최종 발행일자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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