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치를 상회하며 조선업의 부활을 예고했던 조선 3사가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대감은 우려로 바뀐 지 오래다.
조선 3사는 업황 개선 기대감에 올해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10% 정도 올려 잡았지만 상반기 수주 실적이 목표치의 25%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연간 목표를 수정해야 할 지경에 내몰렸다.
선박 가격이 바닥을 쳤던 지난해 발주가 쏟아지면서 올해 물량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수주금액이 큰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술력으로 버텼던 한국 조선업의 존폐로 연결된다.
27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이들 3사는 올 상반기 총 39억달러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72억8000만달러)에 비해 77.4%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아예 플랜트의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반잠수식 시추선, FPSO, FPU 등 62억달러 규모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던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10억달러를 수주해, 수주금액이 6분의1 로 추락했다.
드릴십 분야를 독점하다시피 한 삼성중공업도 올 상반기 드릴십 2척, FLNG 1척 등 29억달러 수주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드릴십, FPSO 등 총 70억달러를 수주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이상 수주가 급감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정은 그야말로 최악.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고정식 설비 등 총 40억8000만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올해 해양플랜트의 수주 감소는 이달 초 그리스에서 열린 '포시도시아'에서도 예고된 바 있다. 포시도니아는 그리스에서 짝수 연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선박 박람회로, 국내 조선3사는 해양플랜트 대신 LNG선, LPG선 등 고부가 선박 위주의 마케팅을 펼쳤다.
지난 2008년의 경우 이들 3사는 박람회 현장에서만 총 20억달러 규모의 수주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김외현 현대중공업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CEO들이 총출동했음에도 결과는 빈 손이었다.
업계에서는 국제 유가 흐름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설비 발주 계획을 미루고 있는 데다 북미산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기존 수요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먼 바다에 나가 혹독한 환경에서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는 것보다 육상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셰일가스로 오일 메이저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탓이다.
또 지난해 해양설비 발주량이 늘면서 가격이 오른 터라 발주사들이 비용 부담에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경험이 부족한 해양플랜트 대신 LNG선, LPG선 등 경험이 축적된 고부가 상선 건조에 집중하는 한편 해양플랜트의 경우, 발주 물량이 풀릴 때까지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게 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조선 3사가 초대형 생산·저장설비 시장을 독식하고는 있지만 숙련된 엔지니어 및 건조 경험 부족으로 지난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편 올 상반기 수주실적이 바닥을 치면서 조선3사의 내부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1일 울산 본사에서 '경영위기 극복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이재성 회장을 비롯한 임원 130여명이 직급에 따라 최대 30%의 급여를 반납키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임원들이 급여 반납에 나선 것은 조선업 불황이 최고치에 달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며, 창립 이래 두 번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그룹의 고강도 경영진단에 이어 5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을 주도하던 조선업에 드리워진 그늘이 도 구조조정 한파를 불러오고 있다.
◇올 상반기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이 급감하면서 조선3사가 수주난에 시달리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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