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블랙박스의 고온차단기능에 대한 업체별 기준과 전략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고온차단기능 자체가 소비자를 위한 것처럼 광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와의 분쟁을 피해가려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마가 지나고 한여름 폭염이 시작되면서 급상승한 자동차 실내 온도는 운전자에게 기피 1호가 됐다. 여러 업체들은 블랙박스 기기 온도가 상승할수록 오작동, 심지어는 폭발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블랙박스의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고온차단기능'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아이나비의 고온차단기능 (사진=아이나비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블랙박스는 주행 중 사고영상을 기록하거나 주차 중에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를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녹화하기 위한 기록장치다. 온도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올라가 전원이 차단되고 블랙박스가 꺼져버리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영상을 기록해야 하는 블랙박스의 존재 이유와는 상충된다.
팅크웨어(084730)와 현대엠엔소프트,
미동전자통신(161570) 등은 모두 고온차단기능을 탑재한 블랙박스를 내놓고 있다. 다만 팅크웨어와 현대엠엔소프트가 설정한 고온차단 기준온도(차량 내부)는 60~65℃, 미동전자통신은 85℃ 정도다.
이들은 차량 온도가 올라갈수록 SD카드 및 화면에 이상이 생기기 쉬워 안전성과 신뢰성을 해치게 되므로 적정온도 이상에서 스스로 전원이 차단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파인디지털(038950)의 경우 고온차단기능을 탑재하지 않았다. 기기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온도에 도달했을 때 녹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지만 전원은 차단되지 않는다. 다만 80℃까지 녹화가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기기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찍어야 한다는 것이 회사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약 차량 내부 온도가 올라가 블랙박스의 전원이 차단된 상황에서 차량에 사고가 생긴다면 소비자로서는 매우 억울할 일"이라면서 "몇십만원 짜리 블랙박스를 보호하기 위해 고가의 차량의 안전을 해칠 수는 없을 일 아니냐"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에 나온 제품들을 대상으로 자체 실험한 결과 고온에서 버티는 블랙박스가 생각보다 적은 것을 확인했다"면서 "블랙박스가 고사양화되는 요즘 같은 시점에서 고온에 버틸 수 있는 온도가 낮게 형성된 것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하나같이 고온차단기능에 설정한 기준온도보다 온도가 소폭 올라가더라도 블랙박스는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블랙박스가 견딜 수 있는 한계온도를 밝히는 것은 하나같이 꺼려했다. 기술력의 한계를 고백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블랙박스의 고온차단기능이 과연 소비자를 위한 기술인지 업체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기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블랙박스의 고온차단기능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와의 분쟁을 피할 수 있는 탈출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가령 블랙박스의 열적 내구성에 대한 설계 및 구성에 힘쓰지 않고 적당한 온도로 고온차단기능을 설정해 버리면 업체로서는 기술개발에 크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업체들로서는 '고마운' 기능이다.
또 자체 실험 결과 블랙박스가 90도까지 견딜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와도 실제로 고온차단기능이 적용되는 온도는 더 낮게 설정할 수 있다. 블랙박스의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기 위해 한계온도를 밝혔다가 제 발목을 잡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