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가계소득과 지출이 전분기에 비해 수치상 늘었지만 실질소득 상승률은 오히려 줄었다. 통계적인 숫자는 늘었지만 실제로는 늘어난 숫자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불황의 그림자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는 것.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계소득과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2.9% 증가했다. 가구당 매월 415만2000원을 벌어 324만9000원을 쓴 셈이다.
2분기 소득 증가율 2.8%는 1분기(5.0%)와 비교하면 2.2%포인트 줄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제외한 실질소득도 1.1%로 1분기(3.9%)에 비해 증가세는 3배 이상 감소했다.
가계소득 증가는 취업자가 늘어나면서 근로소득이 4.1% 많아진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소득(3.2%→0.7%) 증가세 둔화로 2분기 가계소득은 1분기의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소득이 줄자 지출도 자연히 감소했다. 2분기 지출 증가율 2.9%는 4.5%를 기록한 1분기와 1.6%포인트 차이를 보인다. 침체일로였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소득과 지출 모두 증가한 형국이나 기저효과라 할 수 있어 경기 회복은 아직 요원한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월호 영향 등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과 고용 증가세 둔화 등에 따라 가계소득 및 지출 증가세가 올해 1분기보다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2분기 들어 다소 주춤하면서 가계소득 및 지출 부문에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가계소득과 지출 증가세 둔화가 전적으로 세월호 참사 탓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고, 회복되던 경기 또한 상승세가 꺾이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의미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 복지통계과장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지출이 1분기 때 늘어나고, 2분기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1분기와 2분기를 단순 비교할 것이 아니라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3년은 2012년과 비교했을 때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가계소득과 지출 증가율이) 낮았는데 올해는 당연히 회복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2분기는 1분기만큼의 증가가 안 됐다고 보시는 게 맞다"고 봤다.
서 과장은 한 가구가 번 소득 중에 얼마만큼을 소비지출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평균소비성향이 73.3%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것에 대해선 "소득보다 지출이 조금 더 늘었다"고 말했다.
서 과장은 "소득 증가율에 비해서 지출 증가율이 한참 낮다"면서 "가계지출이 소득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소비여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덜 풀리고 있는 것이다. 순차적으로 소비의 증가로 이어져야 하는 상황인데 이번 분기에 생각보다 덜 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추이. (제공=기획재정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경기 회복세가 공고화될 수 있도록 '41조원+α' 정책패키지 등 경제활성화 노력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오는 10월로 예정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 등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정부의 생각대로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국회에 각종 민생법안들이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활성화 정책을 뒷받침할 관련 법들의 통과가 늦어지면서 가계동향 지표와 체감 경기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5일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의 분리 처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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